꺼지지 않은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 불씨, 주총서 사그라들까

(왼쪽부터)함국앤컴퍼니 조현식 부회장, 조양래 회장, 조현범 사장.

한국타이어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분쟁 결과가 다음주 한 차례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형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 지주사) 부회장과 동생 조현범 사장이 각자 다른 인물을 감사위원으로 내세우면서다. 표대결 양상으로 번지면서 향후 이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는 오는 30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감사위원 선임 등의 안건을 의결한다. 앞서 조현식 부회장은 주주제안을 통해 이한상 고려대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추천했다. 이에 반대 한국앤컴퍼니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던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를 후보로 내세웠다.


현재 한국앤컴퍼니의 최대주주는 조현범 사장으로 42.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조양래 회장으로부터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형태로 지분 전량(23.59%)을 넘겨 받으면서다. 이에 비해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은 19.32%로 지분율에서 크게 밀리는 상황이다. 조 부회장의 주주제안에 함께 참여한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의 지분은 0.83%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해 통과된 상법개정안에 따른 3%룰(주주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로 인해 이같은 지분율 차이는 의미가 없게 됐다.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 둘다 3%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0.82%의 지분을 가진 차녀 조희원씨와 캐스팅보트 역할은 해왔던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희원씨과 국민연금 역시 3%의 의결권만 인정되지만 이들의 선택에 따라 표대결 결과도 뚜렷하게 갈릴 수 있어서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22.61%의 지분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을 매각해왔다는 점을 들어 소액주주의 결정에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7.77%였던 국민연금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지난해 3분기 기준 5.21%로 떨어졌다. 한국앤컴퍼니의 2020년 사업보고서에는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공시되지 않았다. 지분이 5%의 미만일 경우 공시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조현범 사장의 우세에 좀 더 무게감을 두는 분위기다. 조현식 부회장의 행보가 한국타이어 내부적으로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다 최근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 2월 조 부회장이 보낸 주주서한이 공개되면서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20% 가까이 급락세를 보였다. 이전까지 2만3000원 근처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1만8000원 수준에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이 경영권 문제를 우려해 대거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안다"며 "경영권 분쟁이 오히려 악재로 비춰진 셈"이라고 말했다.

표대결 결과에 따른 거취도 관심이 집중된다. 조현식 부회장은 앞서 추천한 감사위원이 선임되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다른 직위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다. 보유 지분에 대해서도 지난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매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런만큼 표대결에서 조현식 부회장이 패배하더라도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입지는 이전보다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신청 역시 기각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으로는 후견신청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게 지배적인 시각"이라며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소급적용은 불가능해 지분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