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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이키와 차등의결권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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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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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상무)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상무)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상무)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는 대학 시절에 육상선수였다. 학업을 병행하며 나름 열심히 했지만 선수로서 각광을 받진 못했다. 졸업 후 생업을 찾던 나이트는 육상선수 경력을 살려 러닝화 판매업을 시작했다. 당시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독일의 아디다스 대신 비교적 저렴한 오니쓰카 타이거 제품을 팔았다. 사업 초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그는 육상선수 특유의 근성과 끈기로 판매를 늘려갔다.

그런데 갑가지 문제가 생겼다. 오니쓰카에서 미국 내 판권을 다른 경쟁사에 주기로 한 것이다. 하루아침에 물건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나이트는 오니쓰카를 설득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모두 허사였다. 결국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승리의 여신, 나이키다.

이렇게 시작된 나이키는 예상외로 승승장구했다. 품질과 디자인이 탁월한 히트상품을 많이 출시했기 때문이다. 과거 단순 판매회사일 때완 다르게 자체 연구개발로 제품의 품질을 높일 수 있었다. 여기에 나이트를 비롯한 창업 멤버들의 현장경험과 창의성이 더해졌다. 놀랍게도 나이키는 설립 7년 만에 오니쓰카를 제치고 아디다스에 버금가는 회사로 성장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사업이 커질수록 자금조달이 고민거리가 된 것이다. 회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은행 신용장에 의존해온 자금조달 방식을 바꿔야 했다. 자연스레 주변에서 IPO(기업공개)를 권유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나이트는 끝까지 이를 거부했다. IPO를 하면 자신의 경영권이 희석되고 회사의 창업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이트는 차등의결권주식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를 활용하면 이사의 4분의3을 지명할 수 있어 상장 후에도 나이키의 창업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침내 그는 결단을 내렸고 1980년 드디어 자신의 회사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나이키 사례에서 보듯이 미국에선 차등의결권주식이 유니콘 기업의 상장유인책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플로리다대학의 제이 리터(Jay Ritter) 교수에 따르면 작년까지 총 8775개의 IPO 기업이 차등의결권주식을 채택했다고 한다. 특히 기술기업은 지난해 차등의결권주식 활용비율이 42%나 된다. 주목할 점은 미국도 주주평등 원칙이 중시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상장회사는 차등의결권주식이 금지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IPO 시에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해당 내용이 공시된다는 이유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 발행 단계에서 미리 차등의결권주식의 내용이 충분히 알려진다면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쿠팡의 미국 상장을 계기로 차등의결권주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 알리바바의 미국 상장으로 홍콩 자본시장이 시끌벅적했던 것과 비슷하다. 당초 마윈은 미국의 엄격한 공시의무와 소송위험 때문에 홍콩 상장을 원했으나 차등의결권주식에 대한 감독당국의 반대로 상장이 좌절되자 미국행을 결정했다. 이 일로 홍콩 자본시장의 경쟁력 저하가 이슈로 부각되었고 급기야 2018년에 차등의결권주식이 허용됐다. 현재 우리나라도 국회에서 차등의결권주식이 논의되고 있다. 쿠팡 사례 때문인지 과거보단 여론이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선진 자본시장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유니콘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법안이 마련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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