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사기' 집행유예 구형받은 조영남 "조수는 쓸 수 있다"

가수 조영남.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가수 조영남씨(77)의 또 다른 대작(代作) 관련 추가 기소 사건의 2심 재판이 2년 2개월 만에 열렸다. 검찰은 조씨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박노수)는 23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씨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조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피고인은 직접 그린 그림이 아님에도 직접 그린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해 돈을 편취했다"면서 조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구형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핵심이 되는 사건은 이미 대법원에서 무죄로 나왔다"며 "대법 판결의 취지를 고려해 1심처럼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했다.

조씨는 최후진술에서 "앞으로도 저는 미술 활동을 할 것"이라며 "그렇기에 판단을 잘 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밝혔다.


이어 "조수는 쓸 수 있는 건데 검찰에서는 조수를 쓰면 안 된다고 한다"며 "만약 조수를 쓰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면 미술계가 곤란에 빠질 수 있다. 많은 작가들이 조수를 쓴다"고 강조했다.

A씨는 2011년 9월 조씨가 발표한 작품 '호밀밭의 파수꾼'을 800만원에 구매했다. 이후 그림에 대한 대작 논란이 불거지자 2017년 조씨를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A씨는 항고했고, 서울고검은 재수사 끝에 검찰시민위원회의 만장일치 결론에 따라 조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조씨는 이에 앞서 2015년 6월 비슷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는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대작 화가 송모씨 등에게 주문한 그림에 약간 덧칠을 하고 자신의 서명을 넣은 뒤, 총 17명에게 그림 21점을 팔아 1억 535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 등을 받았다.

이 사건에서 1심은 조씨의 유죄를 인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해당 작품은 조씨의 고유한 아이디어"라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도 지난해 6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