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이 2년 연속 찾은 그 기술…삼성 반도체 초격차 또 확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7월30일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생산라인을 살펴보기 앞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76,900원 ▲600 +0.79%)가 반도체 초미세공정의 물리적 한계를 패키지 기술로 돌파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CPU(중앙처리장치)나 기기제어에 사용하는 로직 칩과 4개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하는 독자 구조의 2.5D 패키지 기술 '아이큐브4'(I-Cube4)를 개발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2.5D 패키지 기술은 회로 기판과 칩 사이에 미세회로 기판(인터포저)를 넣고, 여기에 로직칩과 HBM을 배치해 하나의 반도체처럼 작동토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데이터 송수신 속도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삼성이 지은 브랜드명인 '아이큐브' 뒤에 붙는 숫자는 설치되는 HBM 칩의 개수를 의미한다.

그간 반도체 업계의 경쟁은 실리콘으로 된 기판인 웨이퍼에 미세 회로를 새겨넣는 선공정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작아질 대로 작아진 공정으로 미세 공정 경쟁은 그 유효성에 한계가 도래했다. 회로 선폭이 10나노미터에 다다랐을 때부터 업계에선 반도체 집적회로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깨졌다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이 과정에서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패키지 기술이다. 쉽게 말하면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 있는 제품들을 누가 잘 포장하느냐의 싸움이다. 매우 얇은 인터포저가 변형되지 않도록 칩들을 잘 배치하는 기술력, 설치하는 반도체 칩 개수에 따라 인터포저 면적이 커지더라도 이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공정·제조 노하우 등이 요구된다.


패키지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자율주행, 고성능컴퓨팅(HPC), 웨어러블 등 단품이나 모듈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술 아이큐브4(I-Cube4)/사진제공=삼성전자

이 때문에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반도체 패키지 공정 개발에 대한 투자 규모를 키우는 추세다. 대만 TSMC는 지난해 패키징을 포함한 전후 공정에 약 1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최근에는 일본에 후공정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텔도 지난 3일 미국 뉴멕시코주 반도체 패키징 시설 확충에 약 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과 2020년 충남 온양의 삼성전자 패키징 연구소를 2년 연달아 방문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은 포스트 코로나의 미래를 선점해야한다며 패키징 기술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혁신 기술을 개발해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로직과 2개의 HBM을 집적한 '아이큐브2' 개발을 시작으로 차세대 패키지 기술 경쟁력을 빠른 속도로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로직과 비휘발성 메모리인 SRAM을 수직으로 쌓은 'X-Cube'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을 6개 설치하는 기술도 올해 하반기 중에 개발해 2.5D 패키지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에 개발에 성공한 아이큐브4의 경우 실리콘 인터포저를 적용해 초미세 배선을 구현하고 반도체 구동에 필요한 전력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공정 중에 칩을 보호하기 위해 칩을 감싸는 열경화성 수지 소재인 몰드를 사용하지 않는 독자 구조를 적용했다는 점도 아이큐브4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는 열을 효율적으로 방출하도록 한다. 의류에 비유하면 내복을 입지 않아 열을 쉽게 내보낼 수 있게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마켓전략팀 전무는 "고성능 컴퓨팅 분야를 중심으로 차세대 패키지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아이큐브2 양산 경험과 차별화된 아이큐브4 상용화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HBM을 6개, 8개 탑재하는 신기술도 개발해 선보이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