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넘기니 함흥차사…검찰 "두달간 이규원 사건 검토만" 불만 비등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과천정부청사 내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21.5.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두달여간 붙들고만 있는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보고서' 허위작성 및 유출혐의 사건을 두고 검찰의 공개 비판이 나왔다. 지난 3월17일 서울중앙지검이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지만, 두달여가 다 돼가도록 이 검사를 불러 조사하지도 검찰에 재이첩하지 않고 기록만 검토 중이어서 검찰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수처가 두달여 가까이 이 검사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지 않으면서, 수사 지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의 결정이 늦어질수록 서울중앙지검의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수사는 물론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출금 사건 재판 역시 '반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검찰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선일) 심리로 열린 이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첫 공판 준비기일에서 공수처를 비판했다.

검찰은 "이규원 검사의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혐의는 이 사건(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과 불가분의 관계"라며 "검찰이 약 50일 전에 허위 면담보고서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는데 아직 검찰에 재이첩하거나 공수처가 직접 수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수처에서도 현재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고, (사건을 이첩한) 서울중앙지검에서도 (수사가) 멈춰 있어 공범 수사도 진행을 못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검찰은 또 "어느 기관에서든 신속하게 기소 여부를 결정해 이규원 피고인의 일련의 행위에 종합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련의 일들이 반쪽 행위에 대해서만 평가가 이뤄지는 반쪽 재판이 될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 검사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검찰이나 공수처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아직 없다"면서 "범죄사실도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다만 풍문으로 들은 범죄사실들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충분히 소명하고 있다"며 "오히려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한 검찰로부터 입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언론에 보도되고, 피고인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과 이 검사의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혐의 사건을 각각 공수처에 이첩했다. 이에 공수처는 수사팀 구성 전이라는 이유로 불법출금 사건은 검찰에 재이첩했으나, 이 검사의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사건에 대해서는 처리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검사 13명을 임명한지 한달 여가 지났음에도 '이규원 사건' 등 주요 사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깜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호 수사를 시작한 것인지, 시작했다면 어떤 사건인지에 대해서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4월23일 "직접 수사를 해야 하는 분들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결론을 내리는데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공수처는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정원미달이긴 하지만 검사와 수사관을 채용해 수사팀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이성윤 지검장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할 당시에는 수사 인력이 없다는 점이 명분이었지만, 수사팀이 출범한 현 상황에서는 사건을 검찰에 넘길 경우 공수처가 역량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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