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계엄군 51명 증언 "민간인학살, 사체처리반 있었다"

노먼 소프 기자가 촬영한 1980년 5월23일 유족들 모습. 2021.5.6/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고 이들의 시신을 암매장했다는 계엄군의 유의미한 증언이 확보됐다.

조사개시 1년을 맞은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조사위)는 12일 서울 중구 저동 5·18조사위 대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민간인 사체 수습에 참여했다."…시신 55구 추적 중

5·18조사위는 이날 "암(가)매장을 지시, 실행, 목격했다는 계엄군 중 제3공수여단 51명의 증언과 주남마을의 제11공수여단 4개 팀이 광주에 다시 내려와 사체 수습에 참여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며 "증언에 기초해 사후 수습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사체처리반'(가칭) 운용 의혹에 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간 5·18진상규명을 위한 조사가 피해 시민들과 5·18유공자들을 대상으로 한 '하향식 조사'였던 반면 '상향식 조사'를 강조한 5·18조사위가 신군부 책임자, 광주 시위 현장에 투입돼 진압 작전에 참여했던 장·사병, 피해 시민까지 조사를 진행하며 여러 증언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계엄군의 광주봉쇄작전 중 사망한 이들의 시신은 광주교도소 일원에서는 최소 41구, 주남마을 일원 최소 6구가 확인되지 않았고, 송암동 일원에서는 최소 8구의 시신에 대한 신원 파악이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암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은 모두 55구로 5·18조사위가 계엄군의 증언을 토대로 이들 시신 확보를 위해 유력 암매장지를 추적 중이다.

◇계엄군, '적' 소탕 명목 두 개의 작전 병행…민간인 학살 자행

노먼 소프 기자가 촬영한 1980년 5월27일 모습. 계엄군이 도청 내부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1.5.6/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또 다른 사실은 5·18 당시 계엄군이 '적'을 소탕할 목적으로 두 가지 군 작전을 병행 실시했고, Δ광주교도소 일원 Δ광주-화순 간 도로 Δ송암동 일원에서 무차별 민간인 학살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5·18조사위가 군 자료를 분석·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계엄군의 광주진압작전은 소요 진압을 목적으로 한 '충정작전'과 '대침투작전'이 병행 실시됐다.

충정작전은 계엄군이 '최후항쟁지'인 전남도청에서 항전하는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펼친 광주 재진입 작전이고, 대침투작전은 지상·해상·해안·공중 또는 제3국을 통해 침투하거나 침투한 적을 포착, 격멸, 소탕하기 위해 실시한 군 작전이다.

광주진압작전 과정에서 대침투작전의 일환인 '수도권 진입 저지선 3단계 구축 작전'이 시행됐고, 5·18조사위는 이 작전이 광주봉쇄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5·18조사위는 "1980년 6월 11일 미 국방정보국(DIA)의 2급 비밀전문에 '광주는 한국판 미라이 사건(My Lai Massacre)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참혹했다는 다수의 피해자 증언이 있었으며, 계엄군들의 추가 증언을 통해 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라이 사건이란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남베트남 미라이에서 민간인 수백명을 대량 학살했던 사건이다.

◇ 총상 입고 사망한 4세 아이…신원 찾는다

소탕을 목적으로 광주에 진입한 계엄군은 광주-순천 간 고속도로, 광주-담양 간 국도를 오가는 차량과 민간인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해 최소 13차례 이상의 차량 피격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작전을 수행한 장병과 사병들이 광주교도소 옆 고속도로를 지나가던 신혼부부를 태운 차량을 저격·사살했다고 증언했고, 주남마을과 지원동 일원에도 기존에 알려졌던 마이크로버스와 앰뷸런스 피격사건 외에 또 다른 승합차와 앰뷸런스 등 최소 5대의 차량을 피격했다는 증언도 확보됐다.

특히 마이크로버스 피격사건은 현장 사망자가 최소 17명이라는 군 기록과 달리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은 11구였다는 광주시청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최소 6구의 시신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 사후처리 과정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80년 5월 21일 광주봉쇄작전이 수행되는 동안 송암동 일원에서 제7공수여단, 제11공수여단, 제20사단, 전투교육사령부 병력 등이 모두 관련된 봉쇄 작전이 있었고, 계엄군 간 오인사격과 민간인 학살사건도 발생한 것이 복수의 증언과 자료로 확인됐다.

특히 만 4세의 어린이가 총격에 의한 좌후경부맹관총상(왼쪽 목덜미에 탄알로 인한 상처)을 입고 사망한 후 암매장된 사건은 현재 가해자가 특정돼 피해자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5·18조사위 관계자는 "1980년 당시 광주에 투입되었던 2만353명의 계엄군 중 10%에 해당하는 2000명 이상의 유의미한 증언 확보를 계획 중"이라며 "이미 확보한 약 200여 장·사병들의 유의미한 증언으로 진압 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발견적(heuristic)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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