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이어 전세대출까지... 빅테크에 종속되는 은행들

신한은행과 네이버페이가 진행하는 전세대출 포인트 이벤트 광고

은행들이 포털 기반 플랫폼에 하나둘 합류하고 있다. 저마다 플랫폼을 개발하며 포털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지만, 이들의 확장성을 막는 데 역부족인 모습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중순 네이버 부동산을 통해 전세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네이버 부동산에서 전세 매물을 검색한 뒤 신한은행 전세대출 배너를 클릭해 한도와 금리를 알아보는 구조다. 조건에 만족하면 신청과 약정이 가능하다.


네이버 부동산은 국내 최대 부동산 정보 플랫폼이다. 은행 점포들이 동네 부동산들과 제휴를 맺어 주택 관련 대출 영업을 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부동산은 전국을 커버하고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다수 은행들이 네이버 부동산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며 "네이버가 비대면 부동산 금융 플랫폼 시대를 연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대기 중이다. 우리은행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하반기에 내놓을 계획이다. 첫 모델은 지난해 12월 2금융권인 미래에셋캐피탈이 선보인 스마트스토어 전용 대출상품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을 활용해 대출 심사를 직접 진행했는데, 평균 금리 5.5%, 승인률은 40% 정도로 알려졌다.


또 다른 빅테크 카카오페이는 이미 상당수 은행들을 플랫폼에 빨아들였다. 카카오톡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용대출 금리 비교 기능이 주효했다. 여기에 참여한 1금융권은 하나·신한·우리·경남·부산·한국시티·SC제일·광주·전북·대구·수협은행 등 11곳이다. 카드, 보험, 저축은행·캐피탈을 더하면 39곳에 이른다. 금융사들은 카카오페이를 거쳐 대출이 실행되면 대출액의 0.1% 안팎을 수수료로 지급한다.

신한은행은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네이버 부동산에 배너 광고비를 제공할 뿐 별도 대출 수수료 계약을 맺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자동차 비교보험 서비스 당시 네이버가 손해보험사들에 일종의 '통행세'격인 수수료율을 과도하게 요구해 비난을 받았던 사례를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플랫폼 공세에 이렇다 할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카드 시장을 잠식해가는 페이만 하더라도 네이버페이에 대항해 금융그룹마다 자신들만의 '○○페이'를 앞세우지만 판도 변화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의 '2020년 지급결제보고서'를 보면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쿠팡 등이 차지하는 이용금액 비중은 65.3%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네이버 부동산이 당장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배너를 통해 유입된 전세 대출 건수와 대출액 규모에 따라 조건은 달라질 여지가 있다"며 "은행간 줄서기 경쟁을 유발하고 과도한 통행세를 부과해도 거부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질 거라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