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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부재, 삼성의 미래[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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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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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떤 제품인가요?" "'옴니아'라는 건데요.."

2008년 말이나 2009년 초 쯤으로 기억된다. 삼성전자 휴대폰 제품들이 전시돼 있는 홍보관을 들렀을 때다. 약간 특이한 모양의 휴대폰이 보여 어떤 휴대폰인지 물었다. '옴니아'라고 한 직원은 컴퓨터 기능이 들어가 있는 휴대폰인데 대중화 되려면 아직 오래 걸릴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얼른 옆에 전시된 피처폰으로 관심을 옮겼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세상에 나와 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때였다. 아이폰에 대응하기 위해 부랴부랴 첫 스마트폰으로 옴니아1을 내놓긴 했지만, 삼성 직원들 조차 거대한 변화의 파고를 직감하지 못했다.

최근 만난 삼성의 한 임원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폰의 등장 후에도 기존의 강자였던 노키아, 모토로라 등은 스마트폰 시장이 당장에 주력시장이 될 거라고 판단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저 크지 않은 또다른 트랙이 나타났을 뿐 기존 구도를 바꾸진 못할 것으로 본거죠. 삼성도 예외가 아니었어요. 아이폰과 경쟁할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죠. 그마나 치열한 내부 논쟁이 빨리 시작됐고, 스마트폰 사업에 전사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꿀 수 있었죠. 그 결과가 2010년 6월에 나온 갤럭시S 예요. 그 때부터 비로소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어요"

삼성이 이른 시간에 전열을 정비하는 사이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기존 강자들은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난공불략으로 치부됐던 세계 1위 노키아는 극도의 부진 속에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했다. 1990년 대 초반까지 글로벌 휴대폰시장 1위를 지키던 모토롤라도 2012년 점유율이 1.9%로 추락한 끝에 휴대폰 사업을 구글에 넘겼다. 당시 세계 휴대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던 LG전자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한 채 사업 개시 26년 만인 올해 휴대폰 사업을 접는다.

그나마 삼성이 패스트팔로워로써 애플을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인재확보라는 오너의 결단력이 영향을 미쳤다. 다른 삼성 관계자는 "고 이건희 전 회장은 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전세계 IT 1위 기업에 있는 한국인 엔지니어들을 매년 500명씩 무슨 수를 쓰서라도 데려오도록 지시했다"면서 "그렇게 10여년 축적된 S급 인재들이 스마트폰 경쟁력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회고했다.

기업은 끊임없이 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갑자기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아이폰 같은 세상에 없던 포식자가 등장한다. '메카 트렌드'가 바뀌는 요즘 같은 때는 특히나 그렇다.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기 위한 기후변화 대응은 화석 연료의 종언을 앞당기고 있다. 에너지 산업이 격변을 맞으면서 다른 전 산업 역시 혁명적인 변화에 직면했다. '탄소 제로'를 목표로 한 주요 국가, 기업들의 탄소중립 레이스는 산업 생태계 자체를 바꿔 놓을 태세다. 실험실 이야기 같던 수소 경제가 현실로 부상하고, 전기차, 신재생 에너지 등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미래 먹거리의 핵심이 되고 있다.
다행히 대한민국 기업들이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가 불을 댕긴 수소 경제에 SK,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효성, 코오롱 등 주요 그룹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졌다.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1위를 다투고, LG전자가 전기차 시대를 맞아 발빠르게 전장사업을 주력으로 키우는 등 LG그룹도 어느때보다 부산하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한결 젊어진 그룹 총수들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등 차세대 총수들도 도심항공모빌리티, 그린 에너지 등 미래 산업의 큰 그림을 도맡았다.

걱정되는 건 재계 1위 삼성이다. 미국 중국 등 세계 강국들이 국운을 걸고 반도체 전쟁에 나서고 있는 와중에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은 영어의 몸이다. 이 부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건 관련 특검 수사가 시작된 후 현재까지 5년 가까이 수사, 구속, 석방, 재수감 등이 이어졌다. 수년간 온전히 경영을 못한 셈이다.

스마트폰도, 전기차 시대도, 수소 경제도, 미래는 항상 우리 생각보다 빨리 왔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면 안된다. 미래를 위해 S급 인재를 키워냈던 이건희 회장과 같은 혜안의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이재용의 부재, 삼성의 미래[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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