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법 개정안 논란…법무부 "특정 국가 위한 제도 아냐"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송소영 법무부 국적과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국적법 개정안 설명 브리핑을 갖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한국과 유대가 깊은 영주권자가 국내에서 낳은 자녀의 경우 법무부 장관에게 국적 취득 신고만 하면 한국 국적을 얻게 되는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이 개정되면 6세 이하 자녀는 별도 요건 없이, 7세 이상은 국내에서 5년 이상 체류한 경우 국적 취득 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국적 취득 후 '외국국적불행사서약'을 하면 본래 국적까지 유지해 이중국적을 보유할 수 있다. 2021.5.28/뉴스1

법무부가 '중국 속국' 논란을 불러일으킨 국적법 개정안에 대해 "특정 국가 출신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부는 28일 오전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적법 개정안 논란을 적극 해명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한국에서 태어난 영주권자의 미성년 자녀가 한국 국적 취득을 원하는 경우 신고만으로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국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동안은 한국에서 태어나 정규 교육을 받고 자랐어도 부모가 국적을 취득하지 않으면 성년이 돼 귀화 허가를 받기까지 우리 국적을 취득할 수 없었다.

그러나 수혜자 대부분이 중국 국적의 화교 자녀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대 여론이 커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영주자의 국내출생자녀라는 이유로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 미성년자 8459명 중 중국인이 3852명, 한국계 중국인이 3725명으로 전체의 45.5%, 4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법안 대상자는 한국계 중국인이다. 한국계 중국인은 한국정부 수립 전 또는 구한말 중국으로 건너간 동포들을 의미한다. 한족 등 순수 중국인은 국적취득 대상이 아니다. 그외 2대째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대만인, 우즈벡인(고려인 동포)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이들을 393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송소영 법무부 국적과장은 "역사적·지리적 요인으로 정책대상자들 중 특정국 출신 외국인 비중이 많다"고 인정하면서도 "추후 정책 환경 변화에 기인해 영주자로 진입하는 국가가 다양해짐에 따라 특정 국가 집중현상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적 제도의 근간인 '혈통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2대에 걸쳐 국내에서 출생했거나 같은 혈통을 가진 동포가 대상으로, 혈통주의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출생지주의를 일부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과장은 "오히려 우리와 같은 혈통인 영주귀국 재외동포의 국내 출생자녀를 대상으로 해 혈통주의는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논란이 된 '중국 속국' 주장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앞서 일각에서는 법안 수혜자에 중국 국적자들이 많은 점을 두고 이들이 선거권을 행사하거나 정계 등에 진출해 국내 정치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송 과장은 "이 제도 대상은 국내에서 태어난 아이들로, 국적 취득으로 즉시 선거권 등을 행사할 수는 없다"며 "성인이 된 후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는 것은 일반 국민과 동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과장은 특히 "복수국적을 유지할 경우 국가공무원법, 경찰공무원법 등 개별법에 따라 공직 임명이나 정계 진출도 제한된다"며 "속국 논란은 기우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복수국적을 유지해 혜택만 누릴 것이란 주장에는 "복수국적을 유지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우리 국민으로서 처우를 받는다"며 "영주자격자인 자녀가 국적을 취득하면 오히려 국민으로서 모든 의무를 동일하게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적 이탈로 '복지먹튀'를 할 가능성과 병역기피 우려에 대해서도"국적 이탈은 외국에 주소를 둔 상태에서 장기간 생활한 경우 재외공관을 통해서만 가능하고, 성인이 된 후에는 병역의무를 이행해야만 국적 이탈을 할 수 있다"며 "귀화한 사람은 원할 경우에만 군 복무를 하는데, 이 제도를 통해 국적을 취득하면 국민으로서 당연히 병역의무를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송 과장은 끝으로 "동포 자녀들 중 청소년 시기에 국적 문제로 원치않는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범죄에 연루되거나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있다"며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해 장차 발생할 부작용이나 사회통합의 어려움을 사전에 막는 것이 사회비용을 줄이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내달 7일까지 추가 의견들을 수렴해 최종안을 만들 방침이다. 특히 지난 26일 생중계로 진행한 '온라인 공청회' 당시 "정책에 우호적인 패널만 초대했다"는 비판을 받은 만큼 반대 의견을 수렴해 추가 자문 회의를 여는 등 논란 사항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개정안 반대' 국민청원에는 30만 명 동의한편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적법 개정안 입법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에는 마감일인 오늘(28일) 현재 3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국적법 개정을 통해 저출산과 고령화를 해결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사고에 불과하다"며 국적법 개정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교들 포함 많은 외국인들이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권리를 갖는지 안다"며 "그들은 자국민들보다 더 쉽게 부동산을 구입하고 지방선거에 각종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융화돼 자국의 문화를 흐리고 그들이 한국인으로서 함께 살아갈 것을 원치 않는다. 외부의 침투로부터 한민족으로의 유대감과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