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전환도 수출해야죠"…ERP로 亞 장악 노리는 이 회사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프로그램을 새로 고칠 필요없이 모든 기업에서 쓸 수 있게 ERP(전사적자원관리)를 만들어야 클라우드 시대에 살아남습니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는 지난 4일 서울 강서구 영림원소프트랩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30년 이상 기업용 SW(소프트웨어) 업계에 몸담은 권 대표는 "ERP야말로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빅데이터, RPA(로봇자동화) 등 모든 첨단 기술의 근간 데이터를 보유하는 핵심 시스템"이라며 "클라우드 ERP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1993년 영림원소프트랩을 창업한 권 대표는 기업용 SW 업계의 '산 증인'이다. 국내에 ERP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1997년에 첫 제품 '케이시스템(KSystem)' 버전1을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 그는 창업 전 삼성전자 개발자를 거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에서 경영정보시스템(MIS)을 연구하며 기업용 SW를 만들었다. MIS는 1990년대 초 ERP 개념이 등장하기 전 국내외 기업들이 사용하던 경영 관리 SW다.

영림원소프트랩은 현재 국내 ERP 시장에서 점유율 3위(7%)를 기록하고 있다. 연 매출액 300억~1000억원대 강소기업들이 이 회사 주 고객사들이다. 연구기관, 비영리기관, 협회들도 이 회사 제품을 많이 쓴다. 예산이나 전산 관리 인력이 많지 않은 기업·기관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ERP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권 대표의 전략이다. 보통 기업용 SW 사업은 고객사의 기존 시스템에 제품을 이식하기 위해 개발자들이 일일이 코드 수정을 해야 해 노동집약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반면 영림원소프트랩은 ERP의 이식성을 높여 인력 투입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권 대표는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SW를 쓰는 시대에는 국내외에서 기회가 더 무궁무진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2015년 이미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ERP '시스템에버(SystemEver)'를 출시했다. 권 대표는 올해 시스템에버 영업 확대를 위한 분수령으로 보고 중견·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과 일본·동남아시아 등 해외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사업 시장 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스마트공장 전환 기업들에 예산을 지원하면서 장이 열리자 영림원소프트랩은 한 해에 168개 공장을 스마트공장으로 바꿨다. 이 덕에 지난 한해 매출액(439억원)의 절반 정도가 스마트공장 수주에서 나왔다. 올해는 산업별 거래·영업 구조에 맞춘 클라우드 ERP를 출시한다. 이미 올 초 비영리법인의 특수 회계 기준에 맞춘 '시스템에버 비영리'를 내놓았다. 하반기에는 △공공기관 △프로젝트산업(건설·반도체·조선 등 수주산업) △유통 △식품 △화학 △제약 △B2C(쇼핑몰 등 개인간 거래 사업용) 등 산업별 공정에 특화한 ERP를 선보인다.


권 대표는 특히 일본 시장 확장에도 열중하고 있다. 일본 대기업의 중소 규모 계열사 등을 목표 고객으로 노린다. 권 대표는 "일본도 최근 디지털청을 만드는 등 디지털 전환에 고민이 많은 상황"이라며 "일본 IT 시장이 한국의 7배이며 중소기업 천국인 만큼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최근 일본 대기업인 미쓰비시그룹의 식품 계열사를 일본 내 8번째 고객사로 맞이했다. 권 대표는 "당시 입찰에서 시스템에버로 일본 IT 회사들과 경쟁했는데 한국에서의 두 배 가격을 불렀는데도 가격·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오는 8월엔 아세안 시장 거점으로 인도네시아 법인도 설립한다. 권 대표는 "현지 세무사무소 2곳이 먼저 파트너십 제안을 해왔다"며 "이 지역에 진출한 일본 기업과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한국이 그동안 수출로 성장했는데, 이제는 디지털 전환도 수출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아시아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을 영림원소프트랩이 주도할 생각"이라고 야심차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