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통신·투자사 분할 이르면 10일 확정…'액면분할' 전망

SK텔레콤 서울 을지로 사옥

SK텔레콤 (51,900원 ▼100 -0.19%)이 창립 37년 만에 통신 기반 사업회사와 반도체 등의 신사업(뉴비즈) 투자회사로 기업을 쪼개는 지배구조 개편(인적분할) 방안을 10일 이사회에서 확정한다. 기존 통신사업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성장사업을 연내 분리해 신사업 투자와 자회사 상장(IPO) 등을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주주가치 향상을 위해 주식 액면가를 떨어뜨리는 액면분할도 추진한다.

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르면 10일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확정·의결한 후 9~10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11월쯤 기업 분할과 재상장 등 관련 절차를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 4월 박정호 최고경영자(CEO)가 내부 구성원에게 지배구조 개편의 큰 그림을 설명하고 외부에 공표한 후 세부안을 가다듬어 왔다. SK텔레콤의 지배구조 개편은 유무선 통신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존속회사와 뉴 ICT(정보통신기술) 자회사를 보유한 신설 전문 투자회사(중간 지주사)로 분할하는 게 골자다.

SK텔레콤이 이사회에 제출할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따르면, 존속회사에는 SK텔레콤의 이동통신(MNO) 본업과 함께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등의 유무선 관련 자회사가 배치된다. 투자 전문회사인 신설법인 SK하이닉스(반도체)를 비롯해 11번가(커머스), ADT캡스(융합보안), 티맵모빌리티(모빌리티), 원스토어(앱마켓), 웨이브(OTT) 등 뉴비즈 자회사들을 거느린다. SK그룹 전체 지배구조의 얼개도 'SK(주)→SK텔레콤→SK하이닉스'에서 'SK(주)→신설 투자회사(중간 지주사)→SK하이닉스'로 새로 짜인다.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

'AI(인공지능) & Digital Infra(디지털 인프라) 컴퍼니'로 정체성을 새로 규정한 존속회사는 유무선 통신사업을 기반으로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독형서비스 등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분할되는 신설회사는 반도체를 포함한 글로벌 ICT 전문 투자회사로 자리매김한다. 분할비율은 순자산 기준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6대4 정도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선 분할되는 존속·신설법인 사명과 각사를 책임질 대표이사도 논의한다. SK하이닉스 인수와 신성장 사업 성장을 이끈 박 CEO가 신설 투자회사를 이끌고, 통신 기반의 존속법인은 유영상 MNO(이동통신)사업대표가 맡는 구도가 유력하다. SK하이닉스 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박 CEO는 신설 투자회사를 맡아 과거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 투자와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때보다 더 활발한 글로벌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전망이다.


이번 이사회엔 액면분할 안건도 함께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액면분할은 자본금 증가(증자)없이 주식 액면가를 일정 비율로 낮춰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뜻한다. 고가 주식 매입 부담이 큰 소액 주주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 투자자 저변을 확대하고 유동성을 늘려 주식거래를 활성화하는 대표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 중 하나다. 2018년엔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지난 3월엔 카카오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액면분할을 단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의 가장 큰 목적은 시장에서 제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액면분할 추진은 주주들의 요청을 적극 수용해 주주가치 제고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했다. SK텔레콤이 지난달 발행주식 총수의 10.8%(869만주)에 해당하는 2조6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텔레콤 주가는 작년 말 23만800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으로 32만8000원까지 약 38%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