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가격 싸질까…생명연, 저렴한 원료 확보 기술 확보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개량 효소를 이용한 고순도 D-트레오닌 생산. A는 D-트레오닌 생산을 위한 반응기 모식도. B는 A와 같이 설치된 반응기에서 기질인 글리신과 아세트알데히드로부터 D-트레오닌이 생산되는 것을 시간별로 측정한 결과. /자료=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항생제 원료로 쓰이는 의약용 D-트레오닌을 저렴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경북대, 전북대 공동연구팀은 22일 미생물에서 발굴한 D-트레오닌 합성효소와 저가 원료물질인 글리신과 아세트알데히드를 이용해 항생제 원료인 D-트레오닌을 대량생산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의약계에서는 이성질체(분자식은 같으나 상대적 배열이 달라 다른 입체·광학적 성질을 갖는 화합물) 중 하나의 성분만 특이적으로 합성해 고순도의 의약원료를 경제적으로 확보하는 생물학적 방법(입체특이적 합성) 개발에 몰두해왔다. 화학적 합성법이 개발돼있긴 하지만 반응 효율이 낮고, 상당한 양의 유기용매를 필요로 해 환경부담이 큰 편이다.

연구진은 낮은 온도에서도 생육이 가능한 해양 유래 미생물에서 인공 효소인 신규 D-트레오닌 합성효소를 개발하고, 의약용 베타-히드록시-알파-아미노산을 입체특이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효소공학 연구를 통해 신규 D-트레오닌 합성효소의 입체선택성을 99.9%의 높은 수준으로 향상시켰다. 효소공학은 효소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서열을 변경해 자연에 없던 새로운 효소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신규 D-트레오닌 합성효소는 장시간 반응에서도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다. 연구진은 신규 D-트레오닌 합성효소를 소형 발효조에서 반응시켜본 결과 6시간 반응 만에 50g/L 이상의 D-트레오닌이 97% 이상의 순도로 생산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인공효소를 이용한 의약품원료의 친환경 고순도 합성을 뜻하는 화이트 바이오테크가 기존 화학 기술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향후 합성생물학 발전에 따라 효소를 이용한 고부가가치 물질 합성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고, 현재 시제품을 개발중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미국 화학회 전문학술지 'ACS catalysis'에 지난달 28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