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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종말 아닌 고민없는 오늘을 꿈꾸는 ‘지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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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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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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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스톱' '하이킥' 제작진이 뭉친 넷플릭스산 시트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수능시험을 일주일여 앞둔 고3의 심정일까, 데드라인이 코앞인 상황에서 렌더링 에러 메시지가 뜬 모니터를 지켜보는 PD의 마음일까. 아니, 기획 기사 마감 하루 전 노트북이 사망해버린 기자가 뱉은 말일지도 모른다.



숨통을 조이는 압박감을 벗어나고픈이라면 누구라도 되뇌어 봤을 ‘지구 마감의 꿈’은 10여 년 만에 부활한 한국형 청춘 시트콤의 제목이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이하 ‘지구망’)는 살벌한 제목과는 달리 오늘도 정답 없는 하루를 사는 학생들의 사랑과 우정, 웃음을 담는다. 매회 에피소드를 통해 밝은 웃음을 안기는 장르인 시트콤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듯한 무거운 제목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현실을 즐기지 못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겼다. 연출을 맡은 권익준 PD는 “내일 지구가 망하니 오늘 하루 고민 없이 살아보자는 느낌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지구망’은 갓 성인이 된 20대의 일상을 담는다는 점에서 청춘 시트콤 정성기로 꼽히는 ‘남자셋 여자셋’ ‘논스톱’를, 제목에 담긴 해학은 ‘하이킥’시리즈를 연상시킨다. 과거 작품들에서 달라진 점이라면 대학교, 하숙집이던 배경이 글로벌해졌다는 것이다. 한국에 위치한 국제기숙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는 만큼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이전보다 더욱 좌충우돌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다만 한국을 찾은 이들인 만큼,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고,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는 이들임은 자명하다.

이 같은 설정은 지난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된 배경을 염두에 둔 것. 나이나 위계질서를 기준으로 권위적인 사고를 펼치는 어른을 비하하는 단어인 ‘꼰대’를 대표하는 카슨(카슨 알렌)은 미국 국적을 지녔고, 고지식한 원칙주의를 추구하는 유교 보이 한슨(요아킴)의 국적은 스웨덴이다. 여기에 한국 드라마가 좋아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으로 유학 온 태국 소녀 민니(민니)와 외형으로는 한국과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한국 국적을 지닌 현민(한현민) 등 요즘의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두되는 캐릭터를 국제 기숙사 학생들에게 부여했다. 이들을 통해 K문화를 보여주고, 그들과 한국인 학생의 어우러짐, 그 속에 이전보다 더욱 녹록지 않은 청춘들의 삶과 고민을 녹여냈다.

‘논스톱’의 권익준 PD와 ‘하이킥’의 김정식 PD가 연출을, ‘순풍산부인과’ ‘뉴논스톱’의 서은정 작가와 ‘논스톱’ ‘막돼먹은 영애씨’의 백지연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국내 시트콤의 전성기를 이끈 제작진이 뭉친 것만으로도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다만 기대가 컸던 탓인지 베일을 벗은 후 이를 향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확연하게 나뉘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먼저 외국인 배우들의 작위적인 연기가 도마에 올랐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 캐릭터가 대거 등장한 것만으로도 이례적이지만, 어색한 연기를 흐린 눈으로 보기엔 다수의 출연진이 이른바 ‘뚝딱’거린다. 시트콤 특유의 장치인 곳곳에 배치된 웃음소리 이펙트는 과거에서 발전 없는 편집이라며 지적받았다. 제이미(신현승)와 만나는 세완(박세완)을 향한 ‘꽃뱀’이라는 지칭도, 테리스(테리스 브라운)가 제 친구가 먼저 좋아한 상대이자 연인이 된 주리(김지인)에 대해 ‘성괴’라고 말하는 장면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과거 시트콤의 전성기가 길었던 이유, 우리가 시트콤을 보는 이유도 확실히 알 수 있게 해준다. 시트콤은 시청자에게 부담 없는 주제로 가벼운 웃음을 선사하는 장르다. 개성 강한 등장인물에게 매회 같은(혹은 비슷한) 배경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긴다. 뻔한 그림일 수 있다는 우려도 들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드러나는 캐릭터 간의 관계성, 씩씩해 보이지만 시대적 아픔을 지닌 세완(박세완)의 속내가 공개돼 공감을 선사한 것. 단순히 보고 웃고 즐기는 것에 요즘 시대적 고민들도 무겁지 않게 담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춘 시트콤. 제작 환경의 변화로 화제성이 낮은 긴 호흡의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어려워진 실정이다. 같은 맥락에서 시트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방송가에서 자취를 감췄다. 어벤저스들의 만남, 웃음과 해학을 적절히 버무린 ‘지구망’이 국내 시트콤 장르의 부활 신호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조이음(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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