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면적 불태운 호주 산불…작년 지구온도 0.05도 낮췄다

(서울=뉴스1) = 호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진압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의 히마와리8 위성이 호주 산불을 우주에서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일본 기상청의 히마와리-8 위성에 5일 촬영한 사진으로, 호주 산불로 인해 발생한 노란 연기 구름이 호주에서 다소 떨어져 있는 뉴질랜드까지 뒤덮고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히마와리 위성 캡처)2020.1.5/뉴스1

지난해 세계 기후시스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코로나19 락다운(봉쇄)이 아닌 호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산불은 발생 수개월 만에 지구 온도를 섭씨 0.06도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CAR)는 27일(현지시각) 미국 지구물리학협회 저널인 '지구물리학 연구레터'에 발표한 논문에서 "컴퓨터 모델링 분석 결과 지난해 세계 기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사건은 코로나19가 아니라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지속된 호주 산불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9년 가을 호주 남동부 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은 2000년 봄까지 약 6개월 동안 이어지면서 한국 국토면적에 해당하는 약 1000만헥타르(약 10만㎢)의 산림을 태웠다. 인명피해는 물론 1000억호주달러(약 85조원)의 재산피해를 낸 재앙적 사건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호주 산불은 발생 수개월 만에 지구 온도를 섭씨 0.06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화재가 지구 온도를 떨어뜨렸다는 사실이 의아할 수 있지만, 화재로 인한 연기는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빛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연기에는 태양복사 에너지를 반사해 대기 밖으로 내보내는 황산염 같은 에어로졸 입자가 포함돼있다. 화산 폭발도 이같은 방식으로 지구 온도를 떨어뜨린다.

NCAR은 이같은 기후현상이 지역별로 불균형적인 냉각효과를 일으켰고, 기후 시스템을 교란하는 힘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역대성 뇌우의 위치가 평소와 달리 적도 위쪽으로 이동한 것 역시 호주 산불에 따른 연쇄적 반응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코로나19 봉쇄조치는 2022년말까지 지구 온도를 섭씨 0.05도 높일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활동, 야외활동의 극적인 감소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서 대기환경 개선에 기여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태양빛이 지구에 더 도달하기 쉽게 만든다.

NCAR 분석에 따르면 호주 산불은 대기 상단에 존재하는 태양에너지를 1㎡당 약 1W(와트)만큼 줄인 반면, 코로나19는 1㎡당 0.23W 증가하게 만들었다. 통상적인 대기 상단의 태양에너지는 1㎡당 1360W 수준이다.

논문 주저자인 존 파설로 박사는 "호주 산불은 대형 화산폭발과 같은 방식으로 기후시스템에 영향을 미쳤다"며 "화산폭발은 대략 30년마다 한 번씩 일어나지만, 산불은 그보다 더 자주 발생하면서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불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르고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21일 (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남서쪽의 바르고에서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 속에 재난급 산불이 덮쳐 주택가 인근에 연기가 치솟고 있다. 지금까지 산불로 2명이 숨지고 소방대원 23명과 주민 29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C) AFP=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