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탄소중립 주인공" 文대통령, 내년 '탄소중립 이행원년' 선포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1.10.25/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탄소중립 등 미래형 경제구조로의 대전환을 위한 투자를 약속했다. 2조5000억원 규모의 기후대응기금을 신설하는 등 12조원 수준의 탄소중립 예산을 편성, 내년을 탄소중립 이행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산업인 수소경제를 국가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수소 선도국가, 에너지 강국의 꿈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국회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는 '완전한 회복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년도 예산을 604조4000억원 규모로 확장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감안해 확장적 기조를 유지했다"며 "마지막까지 위기극복에 전념해 완전한 일상회복과 경제회복을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미래형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데 과감히 투자하겠다. 2022년을 탄소중립 목표이행 원년으로 삼겠다"면서 "12조원 수준의 재정을 과감히 투입하겠다"고 했다. 이어 "2050 탄소중립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인 만큼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하며 에너지구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 대응 등 탄소중립경제 선도 예산을 올해 7조3000억원에서 11조9000억원으로 4조6000억원 늘렸다.

앞서 정부는 2030년 NDC(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를 당초 2018년 대비 35%에서 40%로 상향했다. 아울러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30% 이상 줄이자는 '국제메탄서약'에도 가입해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함께 하기로 했다. 이에 정부는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정에 따라 기후대응기금을 2조5000억원 규모로 신설키로 했다. 기금은 온실가스 감축과 신유망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취약산업·고용·지역 공정전환, 탄소중립 기반구축 지원 등에 쓰인다.


이러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산업계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감당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산업계의 목소리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 "기업 혼자서 어려움을 부담하도록 두지 않겠다. 정부가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국민들의 참여가 필요한 만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위한 국민실천운동이 필요하다"며 "절약과 재활용을 습관화하고 대중교통 이용,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줄이기, 나무 심기, 재생에너지 사용 등 일상생활 속에서의 작은 실천이 모일 때 국민 누구나 탄소중립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2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1.10.25/뉴스1

문 대통령은 이날 △북미 갈등으로 인한 전쟁위기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등 각종 위기 상황에 정부가 대응해온 과정을 강조하며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며 더 큰 도약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공급망 재편을 우리 기업의 시장진출을 확대하는 기회로 삼고, 탄소중립을 신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산업인 수소경제를 국가미래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수소 선도국가, 에너지 강국의 꿈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했다. 특히 "K-반도체, K-배터리, K-바이오, K-수소, K-조선 등 주요 산업별 지원전략으로 강력히 뒷받침하겠다"며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산업별 'K-동맹'을 구축해 어느 때보다 강고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의 의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안정적인 방역과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우리는 이제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작한다"며 "11월부터 본격 시행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 평범한 일상이 회복되고 위축됐던 국민의 삶에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히 방역 조치로 어려움이 컸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영업이 점차 살아나고, 등교 수업도 정상화될 것"이라며 "복지시설들도 정상 운영되고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 문제도 해소될 것이다. 치유와 회복, 포용의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위기'라는 단어를 33회 언급하며 '위기 극복 정부'로서 임기 말까지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위기'보다 더 많이 언급한 단어는 '국민'으로 총 35회 발언했다. '국민'은 통상 대통령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이기도 하다. 정부가 국민과 함께 위기를 헤쳐나왔다는 의미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경제'와 '회복'을 각각 32회, 27회 언급했다. 그만큼 정부가 경제 회복을 여전히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가 한창 심각했을 때는 시정연설에서 '경제'가 43회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