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선 역대급 투표율, 누가 유리? 후보들은 동상이몽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선 경선후보자 10차 토론회에서 원희룡(왼쪽부터),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0.31/뉴스1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당원들 사이에 상당한 흥행을 하며 각 후보들의 해석이 엇갈린다. 저마다 높은 투표율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아전인수'다.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은 경선 막바지까지 상대를 견제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2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당원 모바일 투표율이 53.3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6일 2차 경선 모바일·ARS 투표의 49.94% 투표율을 뛰어넘는 수치다. 이준석 대표가 선출된 지난 6·11 전당대회의 당원 투표율은 45.36%였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투표율은 18.7%에 불과했다.


이번 경선에서 최종 당원 투표율이 70%를 넘는다면 70.8%를 기록했던 지난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경선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가 된다.

역대급 투표 열기에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일 페이스북에 "연전연패를 거듭하며, 침체일로의 길을 걸었던 제1야당이 부활하는 신호탄"이라며 "후보가 되면 윤석열 개인이나 캠프가 집권하는 게 아니다. 국민의힘과 나아가 야권 전체가 집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의원은 같은 날 부산역에서 '부산·울산·경남 시·도민에게 드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모바일 투표율이 50%대로 올라갔다"며 "투표율이 60%만 넘으면 당원(투표)에서도 홍준표가 압승하는 구도"라고 말했다. 높은 투표율 현상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해석한 것이다.


유승민 후보도 CBS라디오에서 "최종 경선은 모든 당원이 투표하는데, 그 중 상당수가 수도권이나 젊은 층이 많다. 당연히 나한테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성남시청 앞 기자간담회에서 "투표율이 높은 것은 그만큼 당원들의 정권교체 열망이 높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4개월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대결에서 누가 거꾸로 공격당하지 않고 싸움을 승리로 이끌지 (당원들이) 전략적인 선택을 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모바일 투표가 시작된 1일 국민의힘 대전시당에서 한 당원이 모바일 투표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모바일 투표를 오는 2일까지 이틀간 진행한다. 2021.11.1/뉴스1

최종 후보 선출이 다가오면서 유력 후보인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의 신경전도 날카로워졌다. 양측은 2일 '불법 선거운동' 논란으로 설전을 벌였다.

홍 의원 캠프 이언주 선대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캠프가 당을 사칭해 책임 당원에게 윤석열 후보를 뽑아달라고 말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캠프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 당헌·당규 어디에도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의 대선 경선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아 당원인 당협위원장도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들도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을 두고 나뉘었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17개 시민단체 총연합회는 지난달 15일 홍준표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의 충복, 윤석열을 응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홍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총연합을 대표해 지지 선언문을 낭독한 정광용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은 "한때 홍준표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님께 했던 섭섭한 부분도 기억한다"면서도 "그러나 홍준표는 그 이후가 달랐다. 과거를 바로잡을 수 있는 힘과 용기가 홍 후보에게는 있었다"고 했다.

반면 근혜사랑·박애단·토종지킴이·온누리혜사랑·고양파주박사모연합 등 박 전 대통령 지지 단체로 구성된 '박사모 회장단'은 윤석열 후보를 택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무너진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울 수 있는 후보는 윤석열 후보뿐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모바일 투표가 시작된 1일 국민의힘 대전시당에서 한 당원이 후보자들을 보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모바일 투표를 오는 2일까지 이틀간 진행한다. 2021.11.1/뉴스1

높은 당원 투표율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할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당원 중 어느 후보 지지자들이 투표를 많이 했는지 알 수는 없다"며 "각 캠프에서 서로 자기가 유리하다고 한다. 아전인수로 해석할 수는 없지만 굳이 아니라고 얘기할 근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높은 당원 투표율이 윤 전 총장에게 유리할 거라는 시각도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 원장은 "투표율이 높다는 건 조직 투표를 넘어선 상황이다. 홍 의원에게 분명히 유리함은 있다"면서도 "그래도 당원의 조직력과 충성도는 일반 민심과 다르기 때문에 당원 투표의 결과는 윤석열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 엎어지는 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최종 후보는 3~4일 당원 ARS 전화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거쳐 5일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