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보다 투자가 낫네"…비상장으로 '잭팟' 노리는 증권사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삽화_tom_주식_투자_부동산_증시_목돈_갈림길 /사진=김현정디자이너

IPO(기업공개) 호황으로 비상장 시장이 커지며 증권사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PI(자기자본투자)가 나서고 있다. 상장 주관 수수료 고착화와 비상장 시장의 성장세에 PI가 필수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의 맥스트 (5,110원 ▼60 -1.16%) 지분율은 지난달 초 기준 4%(34만1528주)다. 지난 7월 상장 당시 6.10%(52만565주)였던 지분율은 17만9037주를 매도하며 감소했다.

AR(증강현실) 플랫폼 기업 맥스트는 올해 대표적인 '대박' 공모주로 꼽힌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관련주로 분류되며 상장 직후 따상상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3거래일 연속 상한가)에 성공한 덕분이다. 이후에도 주가는 우상향 흐름을 보이며 공모가(1만5000원)의 6배가 넘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잭팟' 맥스트의 진정한 수혜자는 주관사인 하나금융투자가 꼽힌다. 약 7억원(성과수수료 별도)에 불과한 인수수수료 때문이 아니다. 상장 이전 맥스트의 성장성을 알아보고 지분을 확보해놓은 덕분이다. 하나금융투자는 2019년 9월 맥스트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당 4077원에 49만557주를 취득했다. 이는 현 주가(9만2100원)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값이다.

지난달 초까지 하나금융투자 자기(고유)계정의 맥스트 매도단가는 5만1900~5만8900원선이다. 해당 주식이 2019년 유상증자 당시 취득분이라고 가정하면 실현차익은 약 96억원에 달한다.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로 수수료의 10배가 넘는 이익을 거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오는 23일 상장을 앞둔 마인즈랩에도 2019년 4월 투자한 바 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주당 1만7647원에 11만3330주를 취득했다. 공모가(3만원) 기준 예상 평가차익은 14억원에 달한다. AI(인공지능) 인간 전문 기업 마인즈랩은 기관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에서 확정했다. 하나금융투자는 NH투자증권과 함께 마인즈랩의 공동주관사다.

KB증권은 지난해 7월 디지털 플랫폼 솔루션 기업 플래티어 (7,050원 ▼40 -0.56%)의 주관을 맡으며 98만6026원에 1014주를 취득했다. 이후 액면분할 및 무상증자, 보통주 전환 등을 적용하면 상장 당시 보유 주식은 20만2800주, 취득가액은 4930원이다. 지난 8월 상장한 플래티어의 현 주가는 2만7750원으로, 취득가보다 5배 이상 높다.

플래티어의 3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KB증권은 현재 보유 주식 전량(코스닥 상장주선인 의무인수분 제외)을 처분했다. 상장 이후 주가 추이를 고려해 볼 때 최소 29억원에서 최대 76억원의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대신증권은 2017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트윔 (10,850원 ▼130 -1.18%)의 구주 9만여 주를 현 주가(4만1500원)에 못 미치는 2만339원에 취득했다. 하이투자증권은 2016년 보안 플랫폼 기업 이노뎁 (11,300원 ▼280 -2.42%) 12만5000주를 주당 8000원에 취득했다. 현 주가는 취득가의 4배를 넘는다. 두 기업 모두 해당 기업의 상장주관사를 맡았다. 새벽배송업체 오아시스마켓의 대표공동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지난달 총 10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비상장까지 손을 뻗쳤다. 인도 음식배달 스타트업 조마토와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업체 부깔라팍 등 해외 프리IPO가 성과를 거두며 올해 3분기 운용손익은 3998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의 비상장 기업 프리IPO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온 흐름이다. 상장 주관 수수료가 통상 2~3% 수준으로 굳어지면서 수익 증대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장 전부터 기업과 유대 관계를 형성해 IPO 주관부터 향후 자금조달, 추가 기업금융서비스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수수료가 높은 편인 바이오 업종을 제외하고 상당수 업종에서는 증권사들이 수수료보다는 자기자본투자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추세"라며 "특히 중소형사의 경우에는 수수료보다는 투자에서 수익이 나야지만 BEP(손익분기점) 달성이 맞춰지는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IPO 시장의 호황으로 비상장 시장이 급성장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고액자산가 등을 위주로 개인투자자들의 비상장 기업 투자 수요도 높아지며 관련 상품 유치를 위해서라도 '될성부를' 기업의 지분을 비교적 싼 값에 확보하려는 노력이 분주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비상장 시장이 오히려 유통 시장보다 훨씬 커지는 추세"라며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려는 고액자산가들의 관련 정보 및 상품 문의가 지점에 쏟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