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과징금 취소됐는데…개인정보위, KT에 과징금 재부과

24일 오전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회의 전경./사진제공=개인정보위

안전조치 관리소홀로 개인정보 약 8만건을 유출한 KT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과징금 5000만원을 부과했다.

앞서 KT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받은 과징금 처분취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개인정보위가 같은 사안에 재차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에서도 정보통신망법 등에 따른 안전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점이 인정됐다는 이유에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KT와 이스트소프트에게 총 1억4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KT는 8만3246건, 이스트소프트는 16만6179건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개인정보위는 두 사업자 모두 충분한 기술적 보호조치와 운영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앞서 방통위도 같은 사안으로 KT(2016년)와 이스트소프트(2018년)에 각각 7000만원과 1억1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올해 8월과 9월 대법원 확정판결로 행정처분이 취소됐다.

대법원은 KT에 대해서는 방통위가 처분사유로 삼은 네 가지 중 세 가지에 대해 충분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했다는 이유로 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스트소프트의 경우, 대법원은 행정 처분사유 중 하나인 침입차단 탐지시스템 설치의무는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법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 부분이 전체 과징금 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과징금 부과처분 전체를 취소했다.


하지만 개인정보위는 "해당 판결이 부분적인 안전조치나 불완전한 시스템 운영은 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봤다. KT의 경우 퇴직자 계정을 말소한 것만으론 충분한 안전조치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개인정보에 접근 가능한 URL 정보 등 말단까지 완전히 삭제해야 적법한 조치라는 점이 대법원 판결에서도 명시됐다는 것이다.

이스트소프트의 경우에도 개인정보보호 시스템이 해커 접근을 탐지·차단할 수 있도록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대법원 판결에서 확인됐다.

송상훈 개인정보위 조사조정국장은 "이번 재처분은 법원과 개인정보위가 개인정보의 안전조치의무에 대한 견해를 일부 달리한 데 따른 것"이라며 "업계 의견수렴을 거쳐 개인정보 안전조치 의무사항을 꾸준히 보완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