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2%대 이자면 어디야"…뭉칫돈 은행으로 '특판의 귀환'

금리 인상기 예·적금 금리가 오르고 증시 조정에 따른 실망 자금이 유입되면서 은행에 돈이 쌓이기 시작했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이자를 더 얹어주는 연2%대 특판 예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54조9438억원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직전인 지난 24일(653조1354억원) 이후 5영업일만에 1조8084억원 늘었다. 지난 한 달 간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2조685억원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 이후 뭉칫돈이 은행으로 몰린 셈이다. 5대 은행 정기예금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처음 인상한 8월엔 6조4576억원 급증했고, 9월 3474억원 증가로 주춤했다가 10월엔 20조4583억 폭증했다.


은행업계에선 두 차례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증시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은행 예금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본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한데다 코로나19(COVID-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전 세계 확산으로 시중 자금이 안전한 은행으로 몰리는 현상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이든 코인이든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 소비자들이 일단은 안전한 은행에 자금을 넣어두고 적절한 투자처나 투자 재개 시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기예금 잔액 증가세는 '0%대'에 머물던 수신금리가 '1%대'로 뛰면서 매력도가 올라간 영향이 크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75%에서 1%로 0.25%포인트(p) 인상하자 일제히 기준금리 인상분 이상으로 수신금리를 올렸다. 5대 은행 모두 0.25%~0.4%포인트 수신금리를 올렸고, 지방은행들도 동참했다. BNK부산은행은 최대 0.5%포인트 금리를 인상했다.

제로금리 시대가 끝나고 금리 상승기가 도래하면서 예금에 돈을 예치하는 소비자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부터 은행별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점도 예금으로 돈이 몰릴 가능성을 높인다. 대출 여력 확보를 위해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릴 수 있어서다.


금리를 더 얹어주는 예금 특판도 늘어나고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달 22일 최고 연 2.15% 금리의 '더(The)특판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BNK경남은행은 연 최고 1.7% 금리를 받는 '동행감사 정기예금' 특판을 이날 재개했다. 지난 달 한도 3000억원이 소진돼 2000억원을 증액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Kt위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해 특판한 연 최고 2.1% 금리의 정기예금은 일주일 만에 완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금리 인상으로 정기예금이 증가하는 효과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과 연초에 더 큰 금리를 주는 예금 특판 상품이 출시되면 예금 증가 흐름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