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전금법, 유연하게 대응할것"…종지업 도입 물러서나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 3일 송년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금융위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국회 계류 중인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과 갈등을 빚던 '외부청산 의무화' 조항에 이어 금융권이 반발하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종지업자) 도입과 관련해서도 금융위가 한 발 물러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고 위원장은 지난 3일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전금법 개정 작업은 어떻게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전금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통과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가지 종지업자나 청산제도와 관련된 이슈들이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금융위와 한은은 전금업자의 내부 거래가 외부 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을 통해야 한다는 외부청산 의무화 조항과 금결원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금융위가 가져가는 것을 두고 마찰을 빚었다.

여기에 종지업 도입을 두고선 금융권이 '네이버 특혜법'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상태다. 종지업자는 은행, 증권사 등과 마찬가지로 고유 계좌를 개설해 선불충전·후불결제 서비스 등 여·수신 업무를 할 수 있지만 금융사로 분류되진 않아 은행법과 증권업법 등을 적용받지 않는다.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어긋나는 셈이다. 무엇보다 종지업자가 되려면 자본금이 200억원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 요건을 만족하는 업체는 일부 빅테크들 뿐이다. 카카오와 토스의 경우 은행과 증권사 등 별도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전금법 개정안이 '네이버 특혜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한편 고 위원장은 디지털 금융혁신 방향에 대해 "'혁신과 경쟁' 유도와 함께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라는 금융의 원칙을 균형있게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 둘 간의 균형감있는 접근을 통해 핀테크 산업의 안정적·지속적 발전을 위한 정책을 앞으로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행히 금융소비자보호법이 6개월 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9월24일 사실상 시행됐다"며 "시의적절하게 '금융발전을 위한 안전벨트'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