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보험급 지급여력 '뚝'···추가 자본확충 나선다

새로운 자본규제인 IFRS17(새국제회계기준)과 K-ICS(킥스·신지급여력제도) 시범 적용을 앞두고 생명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노력이 분주하다. 특히 지난 3분기말 기준 RBC(지급여력)비율이 나빠진 곳들이 다급해졌다. 업계 2위 한화생명 (2,915원 ▲5 +0.17%)의 경우 RBC비율 200%가 붕괴돼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3분기 말 기준 RBC비율이 193.5%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 말 202%에서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이 311.3%, 3위 교보생명이 283.6% 인 것과 비교할 때 격차가 있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한 번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수치로 금융당국은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한화생명의 3분기말 RBC비율은 금융당국의 기준을 맞추고 있지만 문제는 하락 추세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RBC 비율이 265.4%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락한 것이다. 금리가 지속하락할 것에 대비해 만기보유증권 대부분을 분기마다 가치를 따지는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했고, 금리상승에 따른 손실이 RBC에 반영됐다는 것이 한화생명의 설명이다.

한화생명은 과거 고금리 시절 판매한 저축성 상품 비중이 대형 생보사들 가운데서 상대적으로 높다. 역마진 규모가 크다는 뜻인데 매년 1월1일이 되자 마자 손해를 보고 시작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화생명은 RBC 비율을 높이기 위해 2017년부터 약 2조원 가량의 원화·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본확충을 했다.


그럼에도 RBC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것에서 업계는 한화생명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본다. 회사에 부담이 가는 고금리 채권까지 발행했는데도 효과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화생명은 내년 초 추가로 1조원 안팎의 후순위채권을 찍기로 최근 이사회가 결정했는데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 보기도 한다.

금융당국과 생보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한화생명의 책임준비금은 88조87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증가했다. 책임준비금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일정액을 적립시키는 것인데 이 중 35%가 과거에 고금리로 판 금리확장형 상품들에 대한 책임준비금이다.

물론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금리확정형 상품 책임준비금도 적지 않다. 삼성생명의 경우 50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전체 상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아래다. 삼성생명은 RBC비율도 300%를 웃돈다.

건전성 부담은 영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올 상반기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1%와 7.1% 씩 늘었지만 한화생명은 15% 가량 줄었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RBC비율 자체는 나쁜 수치가 아니다"라면서도 "급격히 하락하고 있고, 자본확충을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내년에도 금리상승 기조가 계속되면 채권 계정 재분류 등을 통해 자산 변동성 최소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새로운 자본규제 하에서도 금리 변화에 지속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