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방사선 없는 시설만이라도 우선 해체 허용해야"

= 에너지위원회가 12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폐로)를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전 1호기. /사진=뉴스1

영구정지된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해체승인이 나오기 전이라도 비방사선 시설의 우선 해체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원전해체를 한 다른 나라 사례를 볼 때 안정성에 문제가 없고 해체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다.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원전해체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서도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제5차 원전해체산업 민관협의회를 개최하고 원전산업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기영 산업부 차관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이병식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 교수 등 전문가 18명이 참석했다.


최득기 한수원 원전사후관리처장은 '원전 비방사선 시설의 선제적 해체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터빈과 수처리시설 등 방사선이 발생하지 않는 발전시설을 승인 전에도 해체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해체 승인 전에도 비방사선 시설에 대해선 해체를 진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과도기(영구정지부터 해체승인까지 기간) 동안 비방사선 시설 해체를 진행하고 있다.

원전은 영구정지되더라도 5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해체작업을 시작하기 어렵다. 원전이 영구정지되면 사용이 끝난 핵연료봉을 보조시설에 옮겨 5년 이상 습식보관하는데, 그 기간이 끝나야만 연료봉을 건식저장시설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화(방사성 물질이 기계와 건물 등에 흡착되는 현상)된 방사성 물질 수치가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시점이 5년이라는 점도 이유다.


그러나 발전기와 수처리 관련 시설은 방사선에 노출되지 않는다. 안전문제가 없어 영구정지 즉시 해체를 시작해도 된다는 뜻이다. 해체작업의 효율성과 산업 초기육성 측면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사전작업을 미리 마친 후 방사선 시설 해체에 집중하자는 게 규제완화를 원하는 원자력업계의 주장이다.

정부와 국회도 규제완화에 나서고 있다. 비방사선 시설에 대한 사전해체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한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현재 원자력안전법 체계에서는 방사선 및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비방사선 시설도 사전 철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 원전의 안전사고 발생이 없었다는 점 등을 감안해 비방사선 시설의 선제적 해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기영 차관은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해체승인 이전에 비방사선 시설에 대한 해체가 가능하다면 해체산업 생태계 조기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며 "산업부는 관련 규제개선을 위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국회·원자력안전위원회와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