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슈퍼앱...은행 서브앱 접고 메인앱 키운다

부산은행 부산 본점,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사진제공=각 은행

시중은행에 지방은행까지 가세하면서 은행간 '슈퍼 앱(애플리케이션)' 경쟁이 불붙었다. 서브 앱을 접고 메인 앱에 통합하거나 뱅킹 앱에 비은행 계열사 서비스를 연동하면서 하나의 앱에서 가능한 업무 범위를 넓히고 있다. 플랫폼 경쟁력이 중요한 시대, '되는 플랫폼' 하나를 제대로 키우려는 전략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BNK부산은행은 다음달 28일 썸뱅크를 접는다. 썸뱅크는 부산은행의 모바일뱅킹 앱과 별개로 운영되던 서브 앱이다. 간편결제, 외환 등 금융 업무뿐만 아니라 공연 예매 등 비금융 생활 서비스도 가능해 생활금융 앱 성격을 띠었다. 썸뱅크의 기능 대부분은 모바일뱅킹 앱으로 통합된다. 지난 10일부터 외환, 공연 예매 기능은 모바일뱅킹 앱으로 이전됐다. QR결제, 제로페이 등 간편결제 기능은 다음달 28일부터 넘어간다.


부산은행은 '원 앱(One App·하나의 앱)'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썸뱅크에서 호응을 얻었던 비금융 서비스를 모바일뱅킹 앱에 탑재하고 새로운 기능도 더하면서 앱 경쟁력을 키우려 한다. 부산 지역의 여가생활을 돕고자 지역 최대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 롯데자이언츠 부산은행 전용석 입장권 등을 예매할 수 있도록 연동하는 식이다. 금융의 범위도 넓히기 위해 BNK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와 협업도 늘리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부산은행 앱에서 은행과 BNK캐피탈 개인사업자 대출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도록 통합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와 협업해 뱅킹 앱을 '슈퍼 앱'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은 대형 시중은행에서도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KB 금리 비교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플랫폼 구축을 도울 사업자를 구하기 위해 제안요청 공고를 띄웠다. 이 작업엔 27억원 가까운 돈을 투입할 예정이다. KB 금리 비교 플랫폼에선 국민은행, KB국민카드, KB저축은행, KB캐피탈 등 은행, 비은행 계열사의 대출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금리, 한도 비교도 가능하다. 은행에서 대출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2금융권 앱을 일일이 방문하지 않아도 가능한 대출을 수월하게 찾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최적의 금융기관 대출상품을 안내하는 종합 금융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국민은행은 이에 앞서 뱅킹 앱 'KB스타뱅킹'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종합금융 플랫폼 성격을 강화했다. 스타뱅킹에 KB금융 계열사 서비스를 속속 심으면서다. 국민카드 'KB페이 간편결제', KB증권 '이지 주식 매매', KB손해보험 '스마트 보험금 청구' 등이 스타뱅킹에서 가능해졌다. 계열사 연계 서비스는 좀더 강화될 전망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스타뱅킹을 슈퍼 앱으로 자리잡게 하고 계열사 앱과 상호 연계, 보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슈퍼 앱'은 플랫폼과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은행의 마지막 안간힘이다. 여러 앱에 역량을 분산시키지 않고 한데 모아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플랫폼 경쟁은 더욱 격화됐다. '원 앱' 전략은 매서운 후발주자 토스의 메인 전략이기도 하다. 토스는 토스뱅크를 출범하면서 앱을 따로 만들지 않고 기존 토스 앱을 통해 이용하도록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원 앱, 슈퍼 앱으로 전환하는 건 고객 편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며 "고객 입장에서는 앱을 여러 개 깔기보다는 하나의 앱에서 다 되는 걸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