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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여가부 폐지' 원한다?…커지는 압박, 운명의 시간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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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최우영 기자
  • 강주헌 기자
  • 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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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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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10년 만에 다시 그리는 정부(下)

[편집자주] 오는 5월 새 정부가 들어선다. 탄핵 후 급하게 새 대통령을 앉힌 5년 전과 달리 이번엔 정부조직을 손 볼 시간이 있다. 약 10년 만에 정부조직 개편의 기회가 돌아온 셈이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여성가족부 등 수많은 부처들에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해운은 해수부, 조선은 산업부 '따로 국밥'...새 정부선 한데 모을까


세계 최대 규모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세계 최대 규모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바다에서 물건을 실어나르는 해운업과 여기 쓰이는 배를 만드는 조선업은 불가분의 관계다. 그런데 두 산업을 관장하는 부처는 각각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 나뉘어 있다. 정책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해양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5월 출범할 새 정부에서 조선업과 해운업 관련 정책 기능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운, 조선 업무를 통합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해수부로 일원화해 조선해양플랜트정책실 신설 △산업부로 일원화해 해운물류정책실 신설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 해양전략위원회 신설 등이 거론된다.

선진국 중에는 해운·조선 분야의 시너지를 위해 관련 조직을 통합하거나 상위 범부처 기구를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 미국은 교통부 산하 해사청이 해운과 조선 업무를 모두 관장한다. 해상운송, 항만 기능에 더해 자국 조선소의 경쟁력 강화 업무까지 해사청이 맡는다.

프랑스는 2020년 해양 통합 관리부처를 신설해 해양문화, 영토, 친환경선박지원 등을 전반적으로 관리토록 하고 있다. 일본, 노르웨이, 덴마크 등도 해운·조선 통합 부처를 운영중이다.

해양 통합행정조직이 없는 국가들은 범부처 상위 조직을 활용한다. 러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등은 국가해양위원회를 설치해 산재한 해양관련 정책과 다른 기능들의 조정을 맡는다. 프랑스도 해양위원회를 통해 범정부 정책을 조율하고 있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공학 교수는 "그동안 조선산업은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으로, 해운산업은 물건을 옮기는 서비스업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두 산업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동반자 관계가 돼야 한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조선산업을 지원하고 촉진하기 위한 정부 조직구조에 대해 과거의 획일적인 기능분류가 아닌, 합당한 대안과 변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한진해운 사태와 조선업 불황의 터널을 거치면서 선박 공급자인 조선과 수요자인 해운이 협력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게 확인됐다. 또 불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초대형 친환경 선박 발주, 연안선박 국내 조선소 발주를 통해 해운과 조선이 상생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업계에선 기업의 공급사슬 내에서 공급자와 구매자가 협력적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주문·공급하는 CPFR(협력적 예측·보충 시스템: Collaborative Planning, Forecasting, Replenishment)이 공급사슬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전후방 산업이 협력적으로 수요예측, 시설규모 관리, 기술개발 등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해운-조선을 통합 관장하는 부처가 요구되는 이유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선박개발, 해운조선 생애주기 탄소발자국 추적체계 구축 등에서도 일관된 체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2020년 친환경선박법을 시행하면서 기술개발과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조선, 해운 업무가 각각 산업부와 해수부로 나뉜 탓에 전담조직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IMO(국제해사기구)에서 논의가 시작되는 대체연료 도입을 위한 '전후방산업 생애주기 분석' 역시 연료생산, 부품제작, 선박운항 등을 포함하는 전체 과정에서의 분석이 필요하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 교수는 "해운·조선 분야 민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해운·조선 행정을 모두 해수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가장 선호도가 높은 방안으로 조사됐다"며 "단순히 두 부처의 업무를 한 곳에 모으는 개념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기획·추진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라고 밝혔다.



윤석열이 불붙인 논쟁...여가부는 2022년에 필요한 조직인가


여성도 '여가부 폐지' 원한다?…커지는 압박, 운명의 시간 다가온다

여성가족부 존폐 문제가 대선 정국의 이슈로 급부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여가부 폐지를 공약하면서다. 페미니스트 인사 영입, 당 내홍 등으로 잃어버린 2030 남성 표심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를 남겼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갈등을 마무리 지은 후 지지율 회복을 위해 내건 첫번째 공약이다.

여가부 폐지론의 등장에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 사건, 정의기억연대 위안부 피해자 이용 논란 등에서 여가부가 소극적 대응을 했다는 비판과 전임 장관의 실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12일 '여가부 폐지론'을 두고 "극우 포퓰리즘에 가깝다"며 "남녀 갈등이 선거전략으로 사용되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결국 여가부 폐지는 대선 결과에 따라 엇갈릴 전망이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여가부의 실질적 재편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성 역차별을 지적하는 '이대남(20대남성)'의 표적에서 벗어나 여가부의 기능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역할을 부여해야 하느냐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

◇대선 때마다 존폐 이슈…여성도 원하는 여가부 폐지?

여가부 폐지론 혹은 개편 문제는 선거를 앞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17년 19대 대선에 이어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선대위 청년본부장은 지난 10일 '뉴스쇼'에서 여가부를 "남성혐오부"라 부르며 "각종 여성 시민단체에 무차별적으로 지원되는 사업도 많다. 한번 깔끔하게 박살을 내놓고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여가부의 존폐 혹은 개편 논의는 대선 때마다 '단골 소재'다. 폐지론의 주된 근거로 여가부 업무가 다른 부처와 중복돼 필요없다는 점이 꼽힌다. 청소년복지는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성폭력·가정폭력 등은 행정안전부·법무부 등으로 이관해 다루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의견이다.

국민여론을 보면 폐지 의견이 우세하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0∼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1명에게 물었더니 응답자 51.9%가 여가부 폐지에 찬성했다. 반대는 38.5%다. 남성의 64.0%는 찬성, 29.8%는 반대했다.

여성 전담 부처인 여가부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들의 비율도 상당하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여론조사에서 여성은 폐지 찬성 40.0%, 반대가 47.1%였다.

◇가족·청소년 사업이 더 많지만…여가부의 딜레마

여가부는 오히려 여권보다는 가족, 청소년 사업이 많다며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여가부는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여성의 권익증진 등 지위향상, 다문화가족과 건강가정사업을 위한 아동업무를 포함해 청소년·가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여가부가 지난 10일 부처 명칭에 '청소년'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지난해 여가부의 분야별 예산을 살펴봐도 가족 돌봄과 청소년 보호 분야에 비중이 높다.

가족 돌봄 7375억원, 청소년 보호 2422억원 등으로 전체 예산 1조2325억원의 약 80%를 차지한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 및 피해자 지원 등 권익 보호에 1234억원, 경력단절여성 취업 지원 등 여성 취업 지원에는 982억원이 쓰였다.

한 여성 분야 전문가는 "2015년 메갈리아, 워마드의 등장,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8년 혜화역 시위 등으로 젠더 이슈가 크게 부각되는 상황에서 여가부가 이를 해결할 당사자로 떠올랐다"며 "가족·청소년 분야에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부분은 크게 주목받지 못해 예산과 권한이 한정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뗄 수 없는 여성, 가족, 권익…새 정부가 만들어야 할 조직은?

표심 확보에 함몰되지 않고 여가부의 존재 필요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과 가족, 돌봄 등 어느 하나에서 공백이 생길 경우 사각지대가 발생하는만큼 정책 집행을 주도할 콘트롤타워의 역할은 여전히 요구된다는 것.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여가부를 폐지하자는 입장은 성평등 정책을 포기하자는 것과 같다"며 "성차별이 아직 남아있다는 연속성에서 성평등 정책의 콘트롤타워는 요구된다. 국정 전체 방향을 그릴 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결국 어떤 정책이든 구현하고자 하는 방향이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돌봄 정책의 경우 복지부가 취약계층 중심으로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과 여가부가 여성에게 짊어진 돌봄 부담을 개선하려는 사회정책으로 시행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여권 신장, 남성 역차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 목소리에 발맞춰 양성평등을 기치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성평등 지향에는 이미 공감대가 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양성평등부로 명칭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여전히 성평등정책 주무부처를 주요 정부기구로 운영하고 유지하는 나라가 상당수다. 2020년 기준 UN여성기구에 여성·성평등 업무담당기관을 등록한 194개 국가 중에서 성(Gender)·여성(Women)·평등(Equality)이 조직명에 들어가는 부(Ministry) 및 부처의 장이 장관급(Minister)인 경우는 97개국이다. 스웨덴 등 선진국들은 '성평등부'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교육·복지는 물론 국방 분야에서도 여성 정책이 있는데 여가부는 여성만을 위한 부처로 인식돼 정책 범위가 협소해 보이고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페미니즘대 반페미니즘 구도가 확연해지는 상황에서 양성평등부라는 중립적인 용어로 개편한다면 남성들의 반발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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