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13년 전 '토요일 출근' 없애듯…주4일제, 진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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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에 출근해 점심을 먹고 퇴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토요일 출근하는 '주 6일' 근무는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 대부분에게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죠. 그러던 한국인의 일상에 2004년 '주 5일제'가 찾아오는데요.

최근 주 5일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주4일제 근무'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과연 13년 전 토요일 근무를 없앴듯이 주 4일 출근시대가 열릴까요?


◇주4일제, 생산성 증대 효과 有

먼 일로만 느껴지던 주 4일제 근무가 부쩍 다가왔습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느낌대로라면 올해라도 당장 주 4일제가 시행될 것 같은데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주 4일제는 먼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주 4일제 도입을 위한 범시민추진본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또한 "노동시간 단축은 언젠가는 미래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며 주 4일 근무제 공약을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습니다.


주 4일제 도입에 찬성하는 이들은 근무시간이 길다고 해서 업무효율이 좋은 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08시간으로, 주당 평균 36.6시간을 일하는 셈입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번째로 높은 수치입니다.

2020년 기준 연간 노동시간의 OECD 평균은 1687시간이고 유럽연합(EU) 27개국은 1513시간입니다. OCED 회원국 중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1332시간)과 비교하면 한국인은 연간 576시간, 무려 24일이나 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노동시간이 최고 수준인 데 반해 노동생산성은 꼴찌 수준입니다. 시간당 노동 생산성은 41.7달러로 27위에 불과합니다. 근로시간이 긴 것에 비해 업무 효율성은 나오지 않고 삶의 질만 낮아진다는 해석이 가능하죠.

아이슬란드에서는 지난 5년 간 노동자 2500명을 상대로 노동시간 단축 실험에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연구자들은 "일하는 시간이 줄어도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향상됐다"며 근무시간 단축이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일조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아이슬란드의 노동 인구 86%가 근로시간을 줄일 예정이라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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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제 근무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건 아이슬란드뿐이 아닙니다. 유럽의 다수 국가와 일본, 미국 등의 나라에서도 근무시간 단축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초 전국 단위의 주 4일제를 실험계획을 밝힌 있습니다. 일본 또한 국가 주도 하에 주 4일제를 추진 중입니다. 일부 대기업은 이미 주 4일제를 도입하기도 했는데요.

국내기업 중에서도 주 4일제 실험에 나선 기업들이 있습니다. 교육기업 에듀윌은 2019년부터 주 4일제를 도입, 시행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월요일에서 금요일 사이 휴무일 하루를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습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달부터 일주일에 32시간만 일하는 근무제를 도입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4월부터 격주로 주 4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주 4일제 근무에 대한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의견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편입니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 남녀 4000명 가량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행했더니 응답자 83.6%가 주4일 근무제를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일주일에 4일만 일하면 휴식권이 보장되고 이를 통해 업무 효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직장에서 인터넷 서핑이나 메신저 잡담 등 업무와 관련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는 '공허 노동'을 최소화하고 업무에 집중한다면 근로시간이 단축되더라도 회사 경영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시선입니다.

◇'적일많버' 현실에선 힘든 이유

그러나 주 4일제가 아직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기 때문인데요. 통상 고용계약을 맺을 때는 정해진 시간에 근로를 제공하는 행위가 바탕이 됩니다. 그 대가로 직원들은 임금을 받는데요. 일하는 시간이 적어지면 임금도 그에 맞춰 줄어들겠죠.

한국리서치가 지난 10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에서 '임금 삭감을 동반한 주 4일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반대(64%)가 찬성(29%)보다 높았습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적게 일하지만 적지 않은 월급을 받고 싶어합니다.

이런 경우 단위당 인건비가 필연적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고용주는 경제적 부담을 피하고자 일자리를 줄일 수도 있죠.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채용 인원이 적어지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혹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차선책으로 비정규직을 대거 고용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제조업계의 반발도 거셉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제조업 비중은 28% 수준으로, 주요 28개국 중 제조업 비중이 중국 다음으로 높은데요.

제조업계는 경제상황에 따른 재료 수급 등의 불확실성과 근무인력의 고령화로 인해 근무시간 단축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설비를 한번 켜고 끌 때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보니 바짝 일하고 오래 쉬는 주4일제 근무 형태를 통해선 목표 수익치에 도달하기 어렵다고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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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도 최근에 들어서야 겨우 정착되기 시작한 상태에서 또 근무시간을 줄이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근로자들의 일·생활 균형을 위해 주당 총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한 제도인데요. 2018년 3월부터 사업장 규모별로 순차적으로 도입돼 지난해 7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됐습니다.

52시간제 도입 이후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등 소규모 기업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감소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소기업 특성상 핵심 근로자들의 야근이 불가피한데 52시간제로 야근이 불가능해지면서 생산성도 떨어졌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52시간제가 대기업과 소기업간의 격차가 전보다 더 벌려놓을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주 4일제 도입은 어떤 밟아나가야 할까요? 우선 5인 미만 사업장과 특수형태근로자에게도 이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합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은 △연차유급휴가 △연장·휴일·야간근로 수당 △부당해고 구제 신청 △휴업 수당 등의 제도를 포함한 근로기준법의 주요 규정들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서 말한 주52시간 근무제의 적용 대상도 아닙니다.

배달업 종사자, 택배기사 등과 같은 이른바 특수고용직에 대한 대책도 필요합니다. 이들은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 일회적이고 비정기적인 일자리를 구하며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대신 건당 보수를 받습니다. 프리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같은 특수형태근로자들은 사용자와 실질적으로 사용종속관계에 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근로기준법에서 자유롭습니다. 다시 말해 주 4일제 근무를 현실로 옮기려면 근로기준법 하에 있는 다양한 고용 형태부터 명확히 정의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