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에 '국보' 사들인 블록체인 투자자들..지분 51% 돌려준 이유는?

지난 1월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사옥 내 전시 중인 국보 금동삼존불감. /사진=뉴스1

지난 1월 사상 첫 국보 경매로 화제를 낳은 '금동삼존불감(옛 국보번호 73호·이하 삼존불감)'이 25억원에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매 당시부터 국보 매물에 관심을 보였던 외국계 암호화폐 투자자본이 매입했다. 이들이 구매 후 삼존불감을 원 소유주인 간송미술관에 영구기탁하고 소유권도 쪼개 지분을 넘기는 이례적 행보를 보이면서 문화계 안팎으로 안도감과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17일 블록체인 커뮤니티 '헤리티지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가 공개한 웹사이트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21일 각종 제반비용을 포함해 25억원에 삼존불감을 매입했다. 이 곳에 게재된 계약서에서 이들은 케이옥션 (4,125원 ▼115 -2.71%)에 구매대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간송미술관(간송미술문화재단 포함)을 관리인으로 할 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앞서 삼존불감은 지난 1월27일 케이옥션 메이저 경매에 매물로 등장했다. 국보급 문화재를 다수 보유한 간송미술관이 재정난 타개책으로 국보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옛 번호 72호)'와 함께 내놓으면서다. 당시 삼존불감의 가치는 28억~40억원으로 추정됐는데, 유력한 입찰후보로 올랐던 국립중앙박물관이 응찰하지 않으면서 결국 유찰됐다. 이후 한 달여 만에 경매 시작가보다 3억원 낮은 가격에 팔린 것이다.

헤리티지 다오는 경매 당시부터 클레이튼(KLAY) 코인 모금을 통해 공개적으로 국보 응찰 의향을 밝혔다. '탈중앙화 자율조직'의 약자인 다오는 암호화폐를 통해 자금을 모으고, 미술품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투자자 모임이다. 헤리티지 다오는 경매를 앞두고 목표로 했던 최소 50억원의 자금 중 절반 가량만 모으는 데 그치며 경매에 응찰하지 않았지만, 최종적으로 국보 2점 중 1점의 매입에 성공했다.

금동삼존불감'을 구매한 블록체인 투자 커뮤니티 '헤리티지 DAO'가 공개한 계약서. /사진=헤리티지 다오 사이트 캡처

실제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달 한 외국계 다오 법인에서 삼존불감의 소유권을 변경해달라는 신청이 들어왔고 최근 이에 대한 행정처리가 완료됐다. 현재 삼존불감의 소유자는 간송미술관 설립자인 전형필(1906~1962) 후손인 '전***'에서 '볼***'으로 변경돼 있다. 이 소유주는 헤리티지 다오에서 국보 구입을 위해 내세운 볼트랩스라는 싱가포르 법인으로 추정된다.

이번 거래에서 주목할 점은 헤리티지 다오가 투자금을 암호화폐로 모았단 점이다. 이에 따라 구입도 대금도 지불했을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업계에선 암호화폐의 가치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아닌 원화나 달러 등으로 거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옥션 측은 "거래자나 방식과 관련한 사항을 공개할 순 없다"면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특이사항은 삼존불감의 관리자(단체)가 여전히 간송미술문화재단으로 등록돼 있다는 점이다. 헤리티지 다오가 원활한 전시와 관리 등 삼존불감의 활용방안을 두고 간송미술관에 영구 기탁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또 소유권도 쪼개 간송미술관에 절반 이상을 넘기기로 했다. 다수가 모여 구매하는 방식이다보니 잘못된 의사결정을 피하고 국보의 가치를 존중하기 위해 지분을 기증했단 설명이다. 다만 NFT(대체불가능토큰) 등의 사업권리 등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간송미술문화재단은 "헤리티지 다오가 글로벌 문화 애호가들의 블록체인 커뮤니티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삼존불감이 본래 있던 간송미술관에 영구히 보존돼 전시 등에 활발히 활용될 수 있도록 영구기탁하고, 소유권 51% 지분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 공개된 금동삼존불감 개요. 소유자가 간송미술문화재단에서 볼***로 바뀌어 있다. 관리자는 그대로 간송미술문화재단으로 등록돼 있다. /사진=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캡처

삼존불감이 원래대로 간송미술관에 머무르게 됐단 점에선 다행스럽다는 반응이 나오지만 이번 거래를 바라보는 문화재계 안팎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최근 미술품 공동구매가 활성화되고 있긴 해도 국보 같은 문화재 지분을 나눠갖는다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어서다. 또 조합 성격인 DAO의 법률적 지위가 불명확하고, 이로 인해 결국 구매한 주체가 해외법인이란 점에서 해외자본에 국보가 넘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보호법 등에 따르면 국보를 국외로 반출하는 것을 제외하면 소유주 국적이나 이를 통한 수익사업 등에 대한 제한은 딱히 없다"면서도 "국보 지분을 쪼개는 것은 처음 있는 처음 있는 일로,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권장할 만한 사항인지에 대해선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문화재계 관계자는 "해외반출이 어렵다는 점에서 원래 소유주와 협의해 소유권을 넘기고 NFT 등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한 것 같다"며 "국내외에서 미술품 공동구매가 활성화되고 있고 가상화폐 투자 등도 생겨나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춘 제도적 정비도 필요해 보인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