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애플 밀어낸다고? NEW FAANG이 머길래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주식시장에서 뉴 팡(FAANG) 논쟁이 뜨겁다. FAANG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 뉴욕증시 상승을 주도해온 기술주를 통칭하는 용어였는데 이제는 Fuel(에너지) Aerospace&Defence(방위산업) Agriculture(농업) Nuclear & Renewables(핵과 재생에너지) Gold & Metals & Minerals(금과 금속, 소재)가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며 뉴 팡 주식들이 급등하기도 했으나 추세가 계속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많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레딧(Reddit) 등 해외 소셜 뉴스 웹사이트의 주식투자 커뮤니티에서 뉴팡에 대한 투자자들의 논쟁이 한창 벌어지는 중이다. 뉴 팡의 개념은 이달초 메릴린치 보고서를 통해 등장했는데 뉴 팡에 속한 기업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실적에 비해 시가총액이 너무 낮다는 것이 메릴린치의 분석이었다.

메릴린치는 지정학적 갈등과 공급부족, 투자부족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중기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 섹터에 속한 기업들은 실적이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음에도 미국 S&P500 구성종목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990년 13.4%와 비교해도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방위산업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 각국 군사비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 독일은 연간 국방예산의 두배를 약속했고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최소한 2024년 말까지 각국이 GDP(국내총생산)의 2% 이상을 지출하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아시아 방위지출도 늘어나고 사이버 보안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석유 기름통

메릴린치는 특히 지난 8000년간 생산했던 것 보다 앞으로 40년간 생산해야 하는 농산물 양이 많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 미국 식량농업기구(FAO) 식품물가 지수가 사상최고로 치솟았고 세계 밀 수출의 20%와 10%를 각각 차지하는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공급부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풍력이나 태양발전보다 3배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고 탄소배출이 없는 원자력 에너지 전성시대가 올 것이며, 2020년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재생 에너지 사용이 증가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불안과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이 치솟았고, 앞으로 대세가 될 전기 자동차에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광물 수요도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주장도 나왔다. 메릴린치는 "전기자동차에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6배 많은 광물이 투입되는데, 특히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수요가 2040년에는 현재의 40배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릴린치의 지적처럼 뉴 팡에 속한 기업들의 주가나 금융상품은 이미 큰 폭의 강세를 보였다. 뉴욕증시의 에너지기업 엑슨모빌은 지난 연말 6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는데 이달 8일에는 장중 91달러를 넘어서는 강세를 보였다. 미국 3대 방산기업인 노스롭그루먼 주가도 연말 385달러에서 이달 7일 490달러선으로 치솟았고, 같은 기간 록히드마틴은 349달러에서 479달러로 올랐다.

밀과 옥수수, 대두 등 주요 농산물 시세도 폭등한 상태다. 국제 소맥가격은 지난 연말 7.70달러(부쉘당)에서 이달 7일 14.25달러까지 85% 상승했다. 금과 귀금속, 산업용 광물 가격도 무서운 기세로 올랐고, 러시아 가스공급이 중단된 유럽에서는 원전을 통한 전력확충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증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방위산업주인 한국항공우주 (54,300원 ▼600 -1.09%)는 연말 3만2450원에서 현재 3만8900원으로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하림이나 사조씨푸드 같은 식품업체들도 강세다. 유럽증시에서도 방위산업 기업들의 주가강세는 공통적인 상황이다.

다만 메릴린치가 제시한 뉴 팡에 속한 기업이나 섹터의 강세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을 보이는 전문가들이 많다. 원전 수요확대나 국방예산 증액, 폐쇄적 식량보안 등 전반적인 흐름은 맞지만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애플 같은 기술주 전반을 대체하기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에너지 기업의 경우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것은 맞지만 안정적인 수익에 만족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가치주의 영역이지, 미래에 투자하는 성장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식량 분야의 경우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체 상품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나, 각국이 식량증산에 일제히 돌입하면 오히려 생산-수확의 시차문제 때문에 오히려 식량가격이 폭락하는 풍년의 역설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