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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달린다"...의사 이동윤의 굿 에이징[50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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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형 기자/미디어전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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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31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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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雜s][굿 에이징(Good Aging)-나이 값 못하는 사람들이 가득찬 세상에서, 곱게 나이 들어 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는 매일 달린다"
이 문장이 가슴에 적힌 셔츠를 주변에 나눠 주는 의사가 있다. '대한민국 매일 달리기 운동'을 주창한 이동윤 외과의 이동윤(70)원장. 그가 건네는 셔츠는 매일 달리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등을 힘차게 밀어주는 부스터 샷이다.
셔츠 등판에는 이렇게 씌여 있다.
"달리지 않는 날은 하루도 없다"
하루라도 달리지 않으면 발바닥에 가시가 돋친다, 달리지 않은 날은 하루의 의미도 없다는 말이다.
자신의 진료실에서 '나는 매일 달린다' 셔츠를 입어 보이는 이동윤원장. 건강한 미소가 얼굴에 가득하다/사진=김준형
자신의 진료실에서 '나는 매일 달린다' 셔츠를 입어 보이는 이동윤원장. 건강한 미소가 얼굴에 가득하다/사진=김준형
얼핏 보면 원초적인 글자 폰트지만 볼 수록 강한 힘이 느껴지는 중독성 디자인이다. 전문 디자이너에게 의뢰하고 이원장의 최측근 동료이자 지지자인 간호사 2명의 평가를 거쳐 낙점했다고 한다. 간호사 윤영숙씨는 "셔츠는 우리 병원 유니폼이예요"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동윤 외과를 방문한 날, 그는 이 셔츠를 입고 환자를 맞고 있었다. 어디가 탈이 난 뒤에 고치는 외과병원이 아니라 건강한 신체를 가꾸게 함으로써 병이 나지 않게 만드는 진짜 병원의 유니폼으론 제 격이다. 이 병원의 또 다른 간호사 이선희씨는 2000년초 마라톤 잡지 러너스코리아 표지모델로 실렸던 아마추어 러너다.

자신의 건강 뿐 아니라 타인과 우리 사회의 건강에 기여하는 게 의사로서의 책무이자 보람이라는게 올 해로 고희(古希)를 맞은 이원장의 생각이다.
"운동을 하면 건강수명을 늘릴 수 있어요. 운동으로 몸이 건강해지면 의식도 자유로워져지죠. 건강수명이 늘고 의식이 자유로워지면 그만큼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면 우리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는 겁니다"
부인으로부터 "평생 돈 안되는 일로 바쁜 팔자"라는 애정 담긴 핀잔을 수십년째 듣고 있는 이원장은 20여년전에는 마라톤대회 의료자원봉사 모임 '한국 달리는 의사들'을 결성, 2000~2015년 회장을 맡았다.
'나는 매일 달린다'셔츠의 등판
'나는 매일 달린다'셔츠의 등판

우리나라 시민 마라톤과 역사를 함께 해 온'한국 달리는 의사들'은 대회 주로에서 발생하는 응급상황으로 쓰러진 주자들의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하고, 구급차가 올 때까지의 '골든타임' 동안 환자의 생명을 구호하는 '레이스패트롤'개념을 창안했다. 2002년부터는 '1년에 하루는 이웃을 위해 달리자!'는 슬로건 아래 소아암 환우 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부터 추천받은 환자들에게 1인당 300만~500만원씩 수익금 전액을 치료비로 지원하는 국내 유일의 순수 기부 마라톤대회다. 지금까지 모금해 전달한 액수가 6억원에 달한다.
'대한민국 100일 매일달리기'는 이타적 달리기의 연장선상에서 이원장이 주창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누구든 하루 1km 이상씩 달리고 이를 주변 사람들과 SNS를 통해 공유하는 풀뿌리 매일 달리기 운동이다. '최소 1km'라고 기치를 내 건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마음이 들게 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문지방을 넘어 운동화를 신게 되면 1km보다 더 많이 뛰게 된다. 이원장은 페이스북 달리기 모임을 만들어 본인의 달리기 및 의학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면서 매일 달리기를 독려하고 있다.

보통 외과의사들은 달리다가 부상을 입어 찾아온 환자들에게 마라톤 같은 무리한 운동은 하지 말라고 권한다. 하지만 이원장은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계속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도 자기 경험이 중요한데, 운동을 안해 본 의사라면 본인이 경험할 기회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환자들에게 일단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하는게 안전하지"
내가 처음 이동윤 외과를 찾아간 것도 발목 골절때문이었다. 물론, 그의 처방은 무작정 달리라는 게 아니다. 달리는 의사답게 세심하고 체계적이다. 골절 수술 후 회복기에 접어든 내게 내려 준 처방은 이렇다.
"1~2주간 단위로 한 번에 10% 이내로 달리는 거리를 늘려 나갈 것. 주 2회 근력 운동 필수. 주 1회 완전 휴식을 당분간 지키고, 먼저 거리를 충분히 늘인 다음 인터벌을 통해 속도 훈련을 할 것. 신발을 누적 마일리지 600~800km 사이에서 제 때 교체하고, 쉰 기간의 2배수에
걸쳐 쉬기 전의 상태로 회복하도록 여유를 가지고 꾸준히 나아가시기 바람"

뒷편 액자 속 사진들이 '러너' 이동윤의 살아온 궤적을 보여준다/사진=김준형
뒷편 액자 속 사진들이 '러너' 이동윤의 살아온 궤적을 보여준다/사진=김준형
의사로서 환자에게 처방만 하는게 아니라, 이원장 본인의 달리기 일상은 일상은 '언행일치' 그 자체다.
지금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병원까지 뛰어서 출퇴근한다. 샤워시설이 따로 없기에 진료복장 그대로 정장에 넥타이 차림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건 달리는 게 생활화 돼 있다. "꼭 러닝복을 갖춰 입어야 달릴 수 있다는 것도 고정관념입니다. 생각이 자유로워져야죠"
출퇴근 거리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부족한 마음은 짬짬이 진료실과 집안에서 추가로 달리고 걸으며 채운다. 점심시간 같은 자투리시간에도 시가지 인도를 따라 걷고 달린다. 그러다 보니 하루 러닝 거리만 매일 왕복 30km에 가깝다.
그럼 대체 한달에 얼마나 달릴까? 지난1월, 그 혹한 속에서도 달린 거리가 929.4km에 달한다. 웬만한 아마추어 주말러너들의 1년 마일리지다. 평소에도 한달에 600km씩은 달린다. 자동차 주행거리인지 러닝 거리인지 헷갈릴 정도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통틀어, 국내에서 평생 달린 거리가 가장 긴 러너일 것이다.

1997년 첫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한 이래 마라톤대회 참가 횟수는 수백회를 넘어서 세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 풀코스 최고 기록은 3시간6분이다. 마라토너들이 흔히 '꿈의 기록'으로 일컫는 '서브 3(마라톤 풀코스 3시간 이내 완주)' 욕심은 없었을까 궁금해졌다.
"초등학교 4학년때 집에서 혼나고 밥그릇 하나라도 줄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자살하려고 가출했어요. 안 먹으면 죽겠지 싶어서 굶어 죽으려고 논바닥에 누워 있는데 모기 떼에 얼마나 뜯겼는지, 너무 힘들고 괴롭더라고. 깨달음을 얻었지...너무 괴로운 일은 하지 말자"
농반진반이지만, 실제로 그는 이제 달리기 기록이나 대회 참가에 연연하지 않는 경지에 올라 선 채,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나눠 주는 러너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원장이 꿈꾸는 세상에선 '나는 달린다' 티셔츠를 입은 이들이 전국 방방곡곡 주로에 넘쳐날 것이다. 그 때 되면 (이원장 혼자 티셔츠 제작비를 감당하기 힘들겠지만) 우리 사회의 건강과 행복지수도 훌쩍 높아져 있을 법 하다.

주말 장거리 달리기를 즐기고 있는 이동윤 원장
주말 장거리 달리기를 즐기고 있는 이동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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