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루게릭 발병기전 억제법 개발…새 치료제 '청신호'

국내 연구진이 루게릭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뇌손상 과정을 밝혀내면서 새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제공

국내 연구진이 루게릭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의 뇌손상 과정을 밝혀내면서 새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공동연구를 진행한 광주센터 이성수 박사 연구팀과 김기영 순천향대 의료과학과 교수 연구팀, 김형준 한국뇌연구원 치매연구 그룹 박사 연구팀이 생체 내 '글루타치오닐화'(Glutathionylation)를 조절해 루게릭병 발병 매커니즘을 막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글루타치온(글루타티온)은 생체 내 산화환원반응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항산화물질이다. 약물중독·알코올중독·간염 치료 보조제 등 일부 항암화학요법 시 신경성 질환 예방에 사용되고 있다.

신경세포 내에 퍼스(FUS)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응집될 경우 루게릭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공동연구팀은 퍼스 단백질 응집체를 조절하는 '글루타치온 전이효소'(GSTO)를 찾아낸 뒤, 이를 초파리 모델동물에 적용한 결과 신경·근육 접합부 손상이나 행동 퇴행 등 루게릭병 증상들이 억제됨을 발견했다. GSTO가 퍼스 단백질의 글루타치오닐화를 조절해 응집체 형성을 억제하고 신경세포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세계 최초로 증명했다.

이번 연구는 루게릭병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를 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릴루졸·에다라본 등 2가지 약물이 공식 치료제로 쓰이고 있지만, 질병 초기 단계에서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기대 수명을 단 몇 개월 연장하는 데 그친다. 사실상 루게릭병의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아직까지 없는 셈이다.


KBSI는 이번 연구가 루게릭병 환자의 체내 비정상 단백질 형성을 조절하는 치료제와 이를 검출하는 진단기기 개발의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초파리·마우스 등 모델동물을 대상으로 퇴행성 신경질환에 대한 신규 발병 메커니즘을 규명할 후속 연구도 이어갈 계획이다.

김기영 순천향대 교수는 "후속 연구를 통해 루게릭병의 원인 규명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고등동물 모델에 적용해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