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 넘었던 150℃ 벽, 삼성도 뚫었다…車전장 지각변동

손가락 위에 MLCC를 올려놓은 모습(사진 왼쪽)과 A4 용지와 MLCC 크기를 비교한 모습. /사진제공=삼성전기

삼성전기 (151,700원 ▼2,500 -1.62%)가 자동차 파워트레인에 적용할 수 있는 고온 특성의 MLCC(적층세라믹캐파시터)를 개발해 전장(전자장비) 시장 공략에 나선다. 삼성전기는 사용환경 150℃를 보증하는 전장용 MLCC 13종을 개발, 글로벌 자동차부품 거래선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150℃를 보증하는 고신뢰성 전장용 MLCC는 일본 무라타·TDK 등 일부 해외업체만 생산해온 제품으로 삼성전기도 제품 경쟁력을 높여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전자기기의 핵심 부품으로 스마트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에 필수로 사용된다.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가로 3.2㎜, 세로 2.5㎜인 3225 크기에 22㎌(마이크로패럿)의 고용량 제품부터 1608 크기에 220㎋(나노패럿) 용량의 소형 제품까지 다양한 크기와 용량으로 구성됐다.

파워트레인은 자동차의 엔진부터 구동바퀴까지의 모든 장치로 동력을 만들어내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많은 전력 소모와 발열로 내부 동작 온도가 150℃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부품 내구성과 신뢰성이 보장돼야 한다. MLCC는 보증온도 이상의 환경에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전기용량이 감소하는 특성 때문에 IT 기기에서는 85℃, 일반 전장에서는 125℃, 자동차 파워트레인에서는 150℃ 보증이 요구된다.

삼성전기가 개발한 MLCC는 150℃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용량 감소 없이 정상 동작할 수 있는 특성을 만족한다. 김두영 삼성전기 컴포넌트사업부장(부사장)은 "IT보다 가혹한 극한환경에서 사용하는 자동차용 제품은 개발이 어렵고 그 중에서도 파워트레인용이 가장 어렵다"며 "독자적인 유전체 개발 등 재료와 제조 공법을 차별화해 전장용 MLCC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전체 MLCC 시장에서는 20%중반대의 점유율로 전 세계 2위를 기록 중이지만 전장용 MLCC 시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점유율이 다소 줄어든다.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시장 점유율은 10% 미만으로 1위 무라타와 2위 TDK에 이어 다이오유덴과 3위 자리를 다툰다. 삼성전기는 올해 전장용 MLCC 사업에서 확고한 글로벌 2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차를 가리지 않고 효율적인 연료 소비와 모터 제어를 위한 각종 센서와 전자제어장치(ECU) 탑재가 늘면서 업계에서는 전장 MLCC 시장이 연평균 9%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의 경우 전장용 MLCC 수요가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5620억개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