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4번타자의 '타율 0.143'... KIA표 무한경쟁, 시작부터 잘못됐나

최형우(왼쪽)와 김선빈./사진=KIA타이거즈

"김선빈, 최형우, 브리토, 나성범 말고 누가 스타팅 멤버로 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 1월 김종국(49) KIA 감독은 10대 타이거즈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 무한경쟁을 예고했다. 단 김선빈(33), 최형우(39), 소크라테스 브리토(30), 나성범(33)을 주축 선수로 꼽으면서 제외했는데 그 중 세 사람의 초반 성적이 신통치 않다.


KIA는 지난 1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2022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6-5 진땀승을 거뒀다. 3연패를 탈출한 경기였지만, 만족스러운 경기는 결코 아니었다. 선발 이의리는 3이닝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고 실책(3개)도 여전했다. 6회말 무사 만루 기회를 병살타-좌익수 뜬공으로 날리기도 했다.

개막 9경기째, KIA에 아쉬운 부분 중 하나는 김종국 감독이 주축으로 분류한 타자들의 부진이다. '캡틴' 김선빈은 타율 0.194, OPS(출루율+장타율) 0.532, '4번 타자' 최형우는 타율 0.08, OPS 0.404,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는 타율 0.147, OPS 0.531을 기록 중이다. 소크라테스는 올해가 KBO리그 첫 시즌이라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KBO리그 십수년차 베테랑 김선빈과 최형우의 부진은 초반 성적임을 감안해도 못내 아쉽다. 두 사람의 성적은 합쳐도 타율 0.143(56타수 8안타)에 불과하다.

KIA 선수들의 무한경쟁은 꼭 필요했다. 지난해 KIA는 창단 후 처음으로 9위라는 굴욕적인 성적을 맛봤고 리그 타율 9위(0.248), 홈런 10위(66개), OPS 10위(0.673)의 최악의 팀 타선은 분명 위기감을 느껴야 했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라인업을 살펴보면 아직 무한경쟁이 주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부진했던 외국인 선수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지난해 타율 9위의 그 타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 기대주 김도영(19)과 신입생 나성범이 각각 3루수와 우익수로 대체된 것이 눈에 띌 뿐이다.


시작부터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김종국 감독이 4명을 제외한 무한경쟁을 외친 데에는 각자 포지션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지닌 그들이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9개의 포지션 중 네 자리를 고정한 무한경쟁은 모순이다. 9위 팀의 무한경쟁에 예외는 없어야 했다. 진정한 무한경쟁의 효과는 신인 혹은 백업 선수들에게 경쟁 상대의 몸값, 팀 내 위상에 상관없이 주전을 꿈꿀 수 있어야 나올 수 있다.

김종국 감독은 지난 10일 인천 SSG전에서 소크라테스(중견수)-김선빈(2루수)-나성범(우익수)-최형우(지명타자)-황대인(1루수)-김석환(좌익수)-김도영(3루수)-김민식(포수)-박찬호(유격수)를 선발 라인업으로 내세우면서 "베스트 라인업에 들어가는 9명이 모두 나왔다. 타순 변경은 조금 있지만, 그에 상관없이 선수들이 잘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타율 2할도 되지 않는 타자가 5명이나 있지만, 어쨌든 현시점에서 각 포지션에서 가장 기대를 받는 9명이라는 뜻이다. 이들에게도 핑계는 있을 것이다. 이제 겨우 9경기, 고작 30여 타석을 소화했고 제 궤도에 오르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좀 더 마음을 다잡고 나설 필요가 있다. 그 성적으로 선발로 나서기엔 그들보다 적은 기회에서도 3할 타율을 기록 중인 몇몇 타자들이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