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탈출하는 외인, 하반기엔 돌아온다?…증권가 분석은

"韓 주식 팔아라, 눈높이 낮춰라" 외국계證 목표가 줄 하향 2022년초 외국계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10조원 넘게 빠져나가는 동안 외국계 증권사들은 한국 주식 목표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지정학적 위험이 발생하자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 성장 전망치를 낮추며 눈높이를 내린 것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이후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JP모간, 노무라, CLSA, 모간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HSBC, 맥쿼리 등 한국주식을 커버하는 외국계 증권사들은 20개 넘는 코스피 대형주의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현대차 (244,000원 ▼3,000 -1.21%), 기아 (112,700원 ▼2,000 -1.74%), 유한양행 (77,400원 ▲3,400 +4.59%), 오리온의 목표주가를 내렸고 노무라는 만도와 롯데쇼핑을, 모간스탠리는 SK텔레콤과 롯데케미칼 LG유플러스 목표가를 하향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삼성SDI (431,000원 ▼10,500 -2.38%)와 SK바이오사이언스 목표가를 내렸고 CLSA는 휴젤 엔씨소프트, LG에너지솔루션 (376,500원 ▼5,000 -1.31%) SK이노베이션의 목표가를 깎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주식 목표가를 내린 것은 연초 한국 주식이 크게 하락한 영향도 있지만 아시아 경제 전망이 부정적으로 돌아선 탓이 크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지정학적 긴장이 발생하면서 아시아의 성장 전망 하향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우리는 2022년 아시아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추정치를 5.2%로 기존 전망치보다 30bps 하향 조정했으며 소비자물가지수는 3.0%로 기존 전망치보다 40bps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국을 비롯해 인도, 싱가포르, 대만, 태국과 같이 대외경제 노출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성장 전망치 감소폭이 크겠다고 판단했다.


최근 중국 홍콩, 상하이 증시에서 대규모 외국인 자금이 이탈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시아 주식에 대한 외국인의 부정적 시각이 자금 유출과 개별주식 목표가 하향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은 자산배분 관점에서 글로벌 주식에 접근하기 때문에 자동차 업종이라고 해도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주식 전망이 좋으면 현대차에 대해선 비중 축소 의견을 내기도 한다"며 "한국 기업실적 전망의 근간을 이루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목표가와 투자의견 하향 조정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외국계 증권사들은 주가 낙폭이 과도한 현대차, 기아 등 자동차 업종은 목표가는 내려도 매수(BUY) 의견은 유지했다. 연초 52주 신저가 행진을 이어가는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도 골드만삭스·노무라 등은 매수 의견과 10만원 이상의 높은 목표가를 계속 냈다. 또 KB금융,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주와 LG화학(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등)에 대해서도 매수를 추천하고 목표가도 올렸다. LG화학 (398,000원 ▼6,000 -1.49%)과 금융주는 연초 하락장에서 코스피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에 오른 종목들이다.

'10조 매도' 외국인, 韓 증시서 썰물처럼 빠지는 진짜 이유
한국 주식시장을 둘러싼 여러 악재가 겹치며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가 이어진다. 연초 이후 지난 11일까지 외국인은 10조1652억원을 팔아치웠다.

주요 증권사 센터장들은 외국인들의 귀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당분간 외국인의 발길이 더 뜸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인플레이션과 달러 강세 지속, 양적 긴축 등으로 한국의 IT, 제조업 업황이 좋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올 하반기로 가면서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면 '집 나간' 외국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악재 잔뜩 낀 한국 증시…외국인들 발길 돌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34포인트(0.98%) 하락한 2666.76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8.01포인트(0.87%) 하락한 913.82에 마감했다. 지난 5거래일 중 하루(8일)를 제외하고 모든 거래일 동안 약세를 보였다.

지난 3월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코스피, 코스닥지수가 잠깐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빅스텝(50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험자산 축소 행보가 재등장했다.

달러 강세 기조도 외국인의 한국증시 외면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3.1원 오른 1236.2원에 마감했다. 지난 2월28일 이후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가 인상되고 경제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쌓이는 가운데 신흥국 시장 중심으로 위험자산 선호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달러 강세 국면에서의 환손실 발생도 외국인 매도세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가는 구간에선 통상 외국인의 순매도세가 강한데 현재 환율이 하락할 유인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은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기에 당분간 외국인들의 수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물 경제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IT, 자동차 등 제조업 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다. 게다가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가능성도 한국 증시의 악재로 작용한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메모리 반도체 위주의 IT 업황이 좋지 않을 것이고 미래형 자동차로의 전환 속도도 늦을 것이란 우려 때문에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 발을 빼고 있다"며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발표한 경제 부양책이 다소 약하고 코로나19(COVID-19) 재확산 등의 문제가 발생한 점도 대외변수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탈출하는 외국인…하반기 때는 돌아오려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금리인상 등 긴축 강화, 인플레이션 압력 등 악재는 여전하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리스크 요인들이 하나둘씩 제거될 것이란 기대가 존재한다.

증권가에선 2분기에 접어든 현재 한국 증시가 다시 바닥권을 확인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이번달 코스피 저점에 대해 다올투자증권 2570, 키움증권 2600, 교보증권 2600선을 제시한 상태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금리인상과 양적 긴축의 정도가 심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한국 시장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모멘텀이 확보될 것"이라며 "올 한 해 주식시장이 모두 쉽지 않을 것이나 하반기 때 인플레이션이 완화될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오프닝(경기재개)이 되면서 서비스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경기도 살아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외국인이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시장에서 패시브 자금을 줄여나가고 액티브 자금을 사들이는 과정이 혼재돼 있다"며 "금리가 올라가니 외국인들이 현재 성장주보다 가치주를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