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퓨처스 ERA 8.38' 투수뿐? 리그 1위 마운드가 흔들린다

한현희./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의 초반 상승세를 이끄는 마운드에 차츰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키움은 1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정규 시즌 원정경기에서 8-5 승리를 거뒀다. 1위 팀 SSG를 상대로 한 귀중한 승리였지만,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위기는 선발 정찬헌이 내려간 7회부터 시작됐다. 정찬헌은 6이닝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고 키움은 야시엘 푸이그의 솔로포, 박동원의 만루홈런을 묶어 6-1로 앞선 상황이라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윤정현이 시작부터 흔들렸다. 하나의 아웃 카운트도 잡지 못하고 케빈 크론-박성한-김강민에게 연속 안타를 내줘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김성현의 중전 2타점 적시타가 터졌고 포수 이지영의 실책이 겹쳐 무사 2, 3루가 됐다.

여기서부터 필승조가 나섰다. 평균자책점 0의 이승호였지만, 평소와 달랐다. 추신수, 최지훈에게 8구 연속 볼을 던지며 윤정현의 승계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등 ⅔이닝 3사사구 1탈삼진으로 크게 부진했다. 문성현이 간신히 막고 난 후 8회에도 위기는 계속됐다. 셋업 김재웅과 마무리 김태훈이 차례로 나서 무실점으로 8-5 승리를 지켰다. 하지만 사사구와 안타를 내줘 9회말 동점 위기를 맞는 등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19일 경기까지 키움의 팀 평균자책점은 2.44로 리그 전체 1위다. 여기에는 이승호, 김재웅, 김태훈으로 이뤄진 강력한 뒷문도 큰 지분이 있다. 필승조의 잦은 등판은 키움을 1점 차 승부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팀(5승 1패)으로 만들었으나, 이들에게 쏠린 이닝이 다소 많다. 1군 엔트리에 있는 키움 불펜은 총 9명(19일 기준). 9명이 소화한 50이닝 중 3명의 필승조가 소화한 이닝은 25이닝으로 절반에 달한다. 특히 김재웅과 김태훈의 경우 벌써 두 번의 3연투를 했다.

그러면서 기대되는 것이 선발과 불펜 어느 곳에서든 뛸 수 있는 한현희(29)다. 당초 한현희는 시즌 초 선발 로테이션 자원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4, 5선발인 최원태, 정찬헌마저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 1군에서 불펜으로 투입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것도 몸 상태가 괜찮고 폼이 믿음직스럽고 난 뒤의 일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오른쪽 발목을 접질려 인대 부상을 당한 한현희는 최근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감각을 익히고 있다. 첫 경기였던 7일 두산전에서는 4이닝 무실점으로 좋았으나, 다음 두 경기인 13일 SSG전과 19일 NC전은 처참했다. SSG전에서 4⅔이닝 9피안타 1볼넷 3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지더니 NC를 상대로 1이닝 5피안타 1탈삼진 4실점으로 난타당해 평균자책점이 8.38로 치솟았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19일 SSG전을 앞두고 "한현희의 오늘 등판은 점검 차원이었다.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4실점에 대한 내용도 보고 받았다. 빗맞은 안타를 맞으며 시작했다. 실점은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선수의 건강 상태, 회복 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진해도 결국 믿을 것은 한현희의 복귀뿐이다. 최근 퓨처스리그로 내려간 특급 유망주 장재영은 타이트하지 않은 상황에 많은 경기를 등판시키는 것이 구단의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한현희의 반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