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봉쇄 한달…세계경제 아우성에도 中 '칭링' 못 버리는 진짜 이유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경제 수도' 상하이를 봉쇄한 지 한달이 돼 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맞물려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로 더 악화된 글로벌 공급망 마비와 인플레이션을 두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반영한 세계 경제 전망을 내놨다. 전 세계 경제가 아우성이지만 세계 각국의 '위드 코로나' 선언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칭링·淸零) 정책은 요지부동이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중국의 상하이 봉쇄는 22일로 26일째를 맞았다. 시 정부 발표에 따르면 시민 2500만여명 가운데 70% 가까이가 여전히 자가격리 상태지만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이 지속되면서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창장삼각주 광역경제권의 경제마비 현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상하이는 중국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3%를 차지한다. 특히 세계 최대의 무역항인 상하이 항구는 중국 전체 무역의 10%를 차지한다. 중국의 봉쇄 조치가 중국 경제를 넘어 세계 공급망까지 교란하는 이유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공개한 위성사진에서도 상하이를 포함한 중국 주요 항구의 지체 현상이 확인된다. 상하이에서 시작된 항구 지체 현상이 중국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상하이 봉쇄 여파로 국내 기업의 타격도 가시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농심, 오리온 등 국내 기업의 상하이 현지 공장 가동률이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랜드, SPC그룹이 운영하는 매장은 문조차 열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형 SUV '캐스퍼'를 생산하는 기아의 광주 공장도 중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부품 'ACU'(에어백 컨트롤유닛) 공급 중단으로 지난 18일부터 멈춰섰다. 한국GM의 부평1공장 가동률도 중국에서 공급받는 브레이크 시스템 부품 차질로 이달 들어 절반으로 줄었다.

잇단 봉쇄로 글로벌 공급망 부담

위성사진으로 보는 컨테이너선 정박 현황. /블룸버그 갈무리

세계 경제에 미치는 타격과 봉쇄 장기화에 따른 중국 내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오히려 봉쇄 조치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상하이뿐 아니라 쿤산, 시안 등로도 봉쇄 조치가 확산한 상태다. 시안에는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이 운영 중이다. 광둥성의 성도인 광저우에서도 지난 10일 지역민 전원 코로나19 검사 조치와 함께 감염자가 집중 발생한 바이윈구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면 봉쇄 직전 단계인 이동 제한령이 발령됐다.


상하이시에서 최근 일부 봉쇄조치를 완화했지만 식량난에 몰린 주민들의 자구책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지 기존 제로 코로나 정책의 완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은 격리시설 밖에서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는 '사회면 제로 코로나'를 방역 완화의 기점으로 본다. 중국 코로나19 방역을 책임진 쑨춘란 부총리는 19∼20일 상하이에서 열린 방역업무회의에서 "방역을 위해 공세적인 행동을 전개해 사회면 제로 코로나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인민지상, 생명지상을 견지하는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서방과의 체제 경쟁…"한국 옷에서 감염" 외부 탓도

지난 5일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연장된 중국 상하이에서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격리된 주민들에게 전달할 식료품과 생필품을 트럭에서 내리고 있다. /AFP=뉴스1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배경을 두고 전문가들은 물리적인 현실뿐 아니라 정치적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실적으로는 '위드 코로나'를 선언할 경우 오미크론의 치사율이 낮다고 해도 14세 이하 어린이(2억3000만명)와 65세 이상 노인(1억9000만명) 등 4억명이 넘는 감염 취약계층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60세 이상 인구 중 1억3000만명이 여전히 백신 미접종 상태라는 점도 '위드 코로나' 전환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중국이 뒤늦게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경우 서방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정치적 우려도 엿보인다. 중국에서는 '제로 코로나'를 서방과의 체제 경쟁 일환으로 보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11일 사설에서 "영국이나 미국 같은 나라가 위드 코로나를 하는 것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을 몰아내는 잔인한 다윈주의"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정치시스템이 더 우월하다고 주장해 온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라도 서방의 방역, 즉 '위드 코로나'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중국식 '제로 코로나' 정책을 띄워야 하는 입장이라는 얘기다. 외교가 한 인사는 "중국의 지나치다 싶은 봉쇄 정책의 이면에는 코로나19 발원국이라는 콤플렉스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중국 방역의 우수성을 내세우다 보니 중국에서는 바이러스 유입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 1월 캐나다와 미국에서 들어온 국제 우편물과 냉동 식품을 오염원으로 지목한 주장이 나온 데 이어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 사례가 한국 수입 의류와 연관이 있다"고 얘기가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