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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대륙붕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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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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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교 서울大 행정대학원 교수
구민교 서울大 행정대학원 교수
1974년 1월30일 국내 한 일간지가 '한일 대륙붕 협정 서명'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생산물·비용 균등분배' '분쟁지역은 획정 유보' '석유의 꿈에 일보 접근' '공동개발 편법 해결' 등 부제가 제주도 남단 제7광구를 둘러싼 협상의 막전막후를 짐작하게 한다. 여기서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중국 덩샤오핑은 1978년 일본 후쿠다 다케오 총리를 만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의 해결은 더 현명해질 다음 세대로 미루고 지금 세대는 자원 공동개발에 노력하자"고 했다.

하지만 한중일 3국은 여태껏 자원 공동개발에 성공하지도 영토분쟁에 관해 현명해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대륙붕의 시간이 또 다가왔다. 일본의 동해가스전, 중국의 서해유전 개발계획이 연달아 알려지면서다. 1974년 협정에 따라 제7광구는 한일 공동개발구역에 속한다. 1982년 타결되고 1994년 발효된 '유엔해양법협약'이 새로운 '영해·접속수역·배타적 경제수역·대륙붕' 체계를 도입하면서 사정이 복잡해졌다. 그간 공동개발에 미온적이던 일본은 새 경계획정 원칙으로 자국에 유리한 '중간선'을 주장한다. 협정 만료 3년 전인 2025년 일방적으로 협정 종료를 통고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다. 지난 3월 우리 어업지도선이 2001년 한중어업협정에 따라 설정된 서해상 잠정조치수역에서 중국이 설치한 석유 시추 구조물을 발견했다. 어업행위 이외의 자원개발이나 시설물 설치가 금지된 동 수역은 전북 군산 앞바다 쪽 우리가 설정한 제2광구와 맞닿아 있다. 중국은 제7광구 인근에서도 유전과 가스전 개발을 시작했다.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온 중국은 인근 지역 석유 시추를 놓고 베트남과 물리적 충돌을 불사했다.

동중국해나 남중국해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중국은 패타콤플리(fait accompli), 즉 기정사실화 전략을 통해 서해의 내해화를 추진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우리의 주권적 활동은 윽박질러 무력화하고 논란이 되는 자신의 주장은 회색지대 전략을 통해 선점하고 명분을 쌓아 기득권을 야금야금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선단의 불법조업, 우리 군에 동경 124도 선을 넘어오지 말라는 터무니없는 요구, 방공식별구역 무단침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발해만 직선기선의 기정사실화도 앞으로 서해 경계획정에서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불법조업, 석유·가스전 무단개발, 관할구역 침범에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대륙붕 문제, 더 나아가 해양 경계획정 문제는 윤석열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동아시아 해양 경쟁 속에서 '조용한' 해양외교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각성이 필요하다. 1차로 고도의 현장대응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해양규범의 담지자로서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유엔해양법협약'을 비준했음에도 핵심 규범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중국과 일본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새 정부가 '해양영토 수호 및 지속가능한 해양관리'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해양주권 위협에 조기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단순한 자국 이기주의 이상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몇몇 동남아시아 국가가 배타적 경제수역 및 먼바다 무인도서의 영토화·인공섬화·군사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해 주변국과 마찰을 빚어왔다. 한국은 동아시아 공유수역의 영토화·인공섬화·군사화와 관련해 규범적 부채가 없는 국가다. 이러한 규범자산을 바탕으로 인류 공동의 유산인 해양에 관한 새로운 역내 비전과 규범을 제시할 수 있다. 다가오는 대륙붕의 시간은 다자외교 무대에서 우리의 해양외교 역량을 발휘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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