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400만→840만원"...4%대 대출금리에 영끌족 멘붕

지난 26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사진=뉴스1

#공공기관에 다니는 김모씨(42세)는 요즘 금리인상 소식에 밤잠을 설친다. 지난해 앞으로 대출받기 힘들어진다는 얘기를 들은 김씨는 금리 2% 수준(변동금리 적용)에 2억원을 대출받아 집을 샀다. 한 달 이자만 33만원, 1년에 400만원 정도였지만 나름대로 맞벌이해서 이자와 함께 원금까지 갚아나갈만 했다. 하지만 최근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대출이자가 4% 이상으로 뛰자 상황이 달라졌다. 한 달 이자만 70만원, 1년에 840만원 가까이로 늘어나자 원금 상환은 엄두도 못내게 됐다.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4%를 넘어섰다.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이달까지 기준금리를 연달아 두 번 올리면서 당분간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2022년 4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잠정)' 통계에 따르면 4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연 4.05%를 기록했다. 한달만에 0.07%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2014년 3월(4.09%) 이후 8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직전달(3.84%)보다 0.06%포인트 오른 3.90%를 기록했다. 2013년 3월(3.97%)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3월 5.46%에서 지난달 5.62%로 한 달 사이 0.16%포인트 급등했다. 2014년 6월(5.62%) 이후 7년 10개월 만의 최고치다.

기업 대출 금리(3.45%)는 3월(3.39%)보다 0.06%포인트 올랐고 대기업 대출 금리는 3.17%,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3.67%로 각각 0.05%포인트 0.10%포인트 올랐다. 기업 대출과 가계대출 금리를 모두 반영한 예금은행의 전체 대출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 평균은 3월(3.50%)보다 0.07%포인트 오른 3.57%로 나타났다.


한은의 기준금리 상승과 이에 따른 지표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른 결과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오는 4월까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0.5%에서 지난달까지 1.5%로 0.25%포인트씩 4차례 인상했다. 가계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는 은행채,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지표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올해 상승 곡선을 그렸다. 고정금리 대출 지표로 활용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3.38%로 한달 전보다 0.53%포인트 상승했다. 주담대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지난달 1.84%로 한달만에 0.12%포인트가 올랐다.

금리인상을 시작하기 직전인 지난해 7월 2%대에 머물던 가계대출 금리는 불과 9개월만에 1%포인트 가량 올랐다. 한은이 지난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로 0.25%포인트 추가 인상한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말 기준금리 2.25~2.5%의 시장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밝혀 추후 기준금리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다음달에도 가계대출 금리도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은행들이 가산 금리를 높게 형성하면서 기준금리에 비해 대출금리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기준금리가 높아지더라도 가산금리 상승 속도가 둔화해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만큼 올라가지 않고 있다"며 "가산금리 상승이 둔화되고 있어 올해 하반기 금리 수준은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