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30% 인하' 10월까지 한번 더?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31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관계자가 유가정보판의 휘발유 가격 숫자를 바꾸고 있다. 이날 휘발유 가격은 다시 경유 가격을 추월했다. 지난 11일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경유가 휘발유 가격을 추월한 이후 재역전한 것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11.79원, 경유 가격은 리터당 2007.61원을 기록했다. 2022.5.31/뉴스1

정부가 다음달 말 종료되는 유류세 30% 인하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리터(ℓ)당 2000원 대의 기름값이 추가로 오를 것이란 전망에서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정부는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유류세 인하 조치를 3개월 단위로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2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최근 기획재정부는 7월 말 종료되는 유류세 30% 인하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기름값 부담 등을 고려하면 원론적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를 지속하는 것이 맞지만 7월 초까지 국제유가 추이를 지켜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전국 평균 기준 ℓ당 휘발유 가격은 2017원, 경유 가격은 2011원으로 둘 다 2000원 선을 웃돌고 있다. 전국 주유소 최고가격은 휘발유 2926원, 경유는 2884원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에 따른 기름값 안정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중단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유류세 30% 인하 조치의 효과(휘발유 246원·경유 174원)가 사라질 경우 휘발유는 2300원, 경유는 2200원 선 가까이로 단숨에 뛰어오를 수 있다.


국제유가가 최근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끝내기 어려운 이유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는 배럴당 115.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0일(99.76달러) 대비 3주 만에 15% 오른 수준이다. 이러한 국제유가 상승세가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데 2~3주가 소요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당분간 기름값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연말까지 높은 유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7월 말 종료되는 유류세 30% 인하 조치는 정책 실효성 논란 속에서도 추가 연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5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5%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5%대 물가상승률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유류세 30% 인하 조치의 물가안정 효과 0.4%포인트(p)를 정부로선 포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의 0.1%포인트 물가안정 효과보다 실효성이 4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탄력세율을 동원해 유류세 인하 폭을 37%로 확대하는 방안도 아직 유효한 선택지다. 이러한 조치가 현실화되면 현재보다 휘발유 가격은 현재보다 ℓ당 57원, 경유 가격은 38원 추가로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한편 유류세 인하 조치는 3개월 단위로 10월 말까지 연장될 공산이 크다.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정부가 국제유가 추이를 지켜보면서 유류세 인하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