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로도 담합했는데?"...일본 항로만 과징금 800억, 왜?

(울산=뉴스1) 윤일지 기자 = 지난 1월 18일 울산신항에 접안한 고려해운 선박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2022.1.18/뉴스1

국·내외 선사들이 한국-일본항로에서 벌인 담합행위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800억원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달리 한국-중국항로의 담합행위에 대해선 시정명령 조치만 내려졌다. 공정위는 "우리나라와 중국 정부 간 해운협정으로 화물 공급량이 관리돼 화주들의 피해규모가 작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조사에 직접적으로 우려를 표한 중국 정부와의 외교적 갈등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9일 한-일 항로에서의 운임 담합행위와 관련해 고려해운 146억원, 남성해운 108억원 등 15개 선사에 과징금 총 800억원 부과와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지난 1월 한-동남아 항로의 운임 담합행위를 제재(과징금 962억원)한 데 이은 것이다.


다만 공정위는 한-중 항로에서 담합행위를 벌인 24개 선사에는 시정명령 조치만 내렸다. 이에 대해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한-중 항로에 과징금을 매기지 않은 것은 경쟁제한 효과와 그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한-중 항로는 양국 정부의 해운협정을 통해 선박투입량 등이 관리된 시장으로 공급물량이 결정돼 있어 피해규모가 작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쟁당국이 중국 정부가 한-중 항로의 담합혐의 조사에 대해 "한-중 해운협정에 따른 특수성을 고려해달라"고 서한을 보낸 것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최종 제재수위를 결정한 공정위의 전원회의(법원 1심 기능)에서도 피심인인 선사들은 "한-중 해운협정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한-중 항로의 담합행위가 한-일 항로의 담합행위와 마찬가지로 약 17년 간 이뤄진 데다 담합행위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제재 조치가 약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공정위 조사 결과 국내·외 선사들은 한-중 항로에서 2002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68차례, 한-일 항로에서 2003년 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총 76차례 운임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구체적으로 선사들은 최저운임(AMR)를 직접 합의하기도 했다. 2003년 10월 한-일, 한-중, 한-동남아 등 3개 항로에서 고려해운, 남성해운, 흥아해운 등 주요 선사들은 AMR을 합의하고 실행했다. 부대운임 관련한 담합행위도 벌였다. 선사들은 운임 인상과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EBS(긴급유류할증료), THC(터미널 조작 수수료) 등 부대비용 도입과 인상을 합의했다.

선사들은 대형화주들의 입찰이 이뤄지는 시기를 전후로 투찰가격도 합의했다. 또 선사들은 담합행위를 숨기고자 합의된 운임에서 10달러를 높여 투찰하기도 했다.

선사들은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화주들이 운임을 수용하겠다는 '운임회복 수용 승인서'를 서면으로 제출할 때까지 선적을 거부하는 등 행위도 벌였다. 또 선사들은 운임 합의 실행 여부를 감시할 목적으로 2016년 7월 합동 중립위원회를 설치했다. 중립위원회는 한-일 항로에서 합의를 위반한 선사들에 자체적으로 2억8000만원 벌과금 등을 부과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