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박정원, 이번엔 반도체다 "두산테스나에 1조원 투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오른쪽)이 두산테스나 서안성 사업장에서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두산

두산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반도체 사업에 1조원을 투자한다. 새 가족이 된 두산테스나의 장비를 증설하고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신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수소연료전지와 협동로봇에 이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다음 승부수다.

박 회장은 지난 14일 경기 서안성 두산테스나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이종도 사장 등 경영진과 면담하고 사업 현황 및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박 회장은 이날 향후 5년에 걸쳐 1조원을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방진복을 입고 두산테스나 주력 사업인 웨이퍼 테스트라인을 꼼꼼히 살핀 박 회장은 "'반도체'는 두산의 새로운 승부처로서 기존 핵심 사업인 에너지, 기계 분야와 더불어 또 하나의 성장 축이 될 것"이라며 "두산테스나가 '국내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최고 파트너 기업'으로 자리잡고, 5년 내 반도체 테스트 분야 글로벌 톱5로 성장하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두산테스나는 두산이 지난 4월 46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제조 후 테스트 전문기업으로 국내 웨이퍼 테스트 분야 점유율 1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주요 고객사다. 주요 테스트 제품은 스마트 기기의 두뇌와 눈·귀 역할을 하는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카메라이미지센서(CIS), 무선통신칩(RF) 등이다.

두산테스나는 지난달 1240억원을 투자해 테스트 장비를 추가 도입키로 결정했다. 2024년말 준공 목표로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박 회장이 약속한 5년간 1조원 투자를 통해 연평균성장률(CAGR) 20% 수준의 고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재계는 박 회장이 이번 테스나 투자결정을 통해 재차 승부사 기질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박 회장은 2016년 3월 취임 후 수소연료전지와 협동로봇 등 신사업에 연이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발전은 물론 모빌리티분야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협동로봇 역시 국내를 넘어 미국 등에서 본격적인 성과창출이 목전이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두산의 기존 주력인 중후장대 산업은 국가별 정책이나 경기에 민감하고 양적 성장이 어렵다"며 "시장 규모와 잠재력이 크고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신사업 진출을 모색해 온 박 회장이 반도체 카드를 빼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협동로봇과 드론, 물류자동화 등 박 회장이 진두지휘해 온 첨단 IT(정보통신) 사업은 결국 반도체 기술의 발전과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 회장이 공격적인 반도체사업 투자를 결정한 배경이다.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도 투자계획에 힘을 실어준다. (주)두산 부채비율은 2015년 275%에서 올 1분기 167%로 크게 줄어들었고, 지난해 영업이익도 1조원에 육박했다.

두산테스나 투자를 통해 두산은 박 회장의 복안인 3대 사업축 중심 그룹 재편의 토대도 다질 수 있게 됐다. 박 회장의 3대 사업축은 △차세대 에너지 △산업기계 △반도체&첨단IT다. 차세대 에너지는 SMR(소형모듈원자로), 가스터빈, 연료전지, 해상풍력 등이다. 산업기계는 소형중장비, 물류장비 등을 아우른다. 반도체&첨단IT는 반도체와 협동로봇, 드론 등을 망라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시스템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후공정 기업 중 글로벌 톱10 안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없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후공정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테스트 장비, 첨단 패키징 등 반도체 생태계 내에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추가 진출을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