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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싸이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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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근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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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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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교수
임대근 교수
봄 가뭄의 화살이 싸이에게 날아들었다. 국가가뭄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누적 강수량은 평년 대비 23.6%로 물이 부족한 상태다. 싸이의 '흠뻑쇼'가 논란이 됐다. 흠뻑쇼는 2011년 시작한 콘서트다. 객석에 물을 뿌리는 연출로 분위기를 돋운다. 싸이가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한 번 공연에 물 300톤이 필요하다.

배우 이엘은 트위터에 "물 300톤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고 썼다. 싸이를 겨냥한 말이 아니라 비슷한 공연인 '워터밤 콘서트'를 언급했지만 사람들은 싸이에게 주목했다.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정치적 올바름'을 앞세운 위선이라는 주장, 가뭄이 극심한 시기에 물 낭비하지 말고 농업용수로 보내라는 주장이 맞섰다.

비가 내리고 해갈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논쟁은 자취를 감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논쟁은 우리 공동체가 어떤 문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합의점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사례로 남을 것이다. 우선 확실히 짚고 넘어갈 사실은 가뭄이 싸이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니라는 점, 물 몇백 톤으로 전국의 가뭄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이다.

프랑스 인류학자 르네 지라르는 인간의 문화에는 '희생양 구조'가 작동한다고 말했다. 공동체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특정 대상에게 전가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고 평정을 되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때 희생양은 복수할 만큼 힘이 있어서는 안 된다. 희생양은 또 공동체 안에 있으면서 동시에 외부자여야 한다. 그 누구도 희생양을 지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1923년 일본 간토(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며 재일 조선인을 학살한 사건은 희생양 구조의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싸이의 흠뻑쇼에 대한 비판은 희생양 구조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우리가 여전히 농업 중심의 1차산업 사회에 살고 있다면 싸이는 희생양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가뭄으로 고통받는 농민이 있는데 노래 부르고 춤추면서 물을 뿌려대는 건 잘못이라는 지적이 위력을 발휘했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농업, 공업, 서비스업이 뒤얽힌 시대를 살고 있다. 물은 농사 지을 때만 필요한 게 아니라 자동차를 만들 때도 필요하고 문화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필요하다. 싸이는 세계가 주목하는 한류의 주인공이고 흠뻑쇼는 새로운 발상의 K콘텐츠다. 수많은 팬과 관객이 흠뻑쇼를 통해 위로받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문화적 인간으로 거듭난다. 농업용수가 부족하다고 공업용수와 '서비스업용수'까지 모두 동원한다면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물이 관리되고 분배되는 상황을 잘 따져봐야 한다.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팀장의 언론 인터뷰는 되새겨볼 만하다. "물부족 문제는 불평등 구조와 연관이 있다. 소양강댐은 올 초부터 지속해서 강수량이 줄어왔다. 그러나 팔당댐의 방류량은 늘 일정했다. 수도권의 저수량은 상시로 2500만명의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일정하게 공급하는 반면 상류지역 소양강댐 지역주민은 소외된 것이다." 우리 농업의 천수답 의존도를 낮추고 예측 가능한 물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비가 멈추면 기우제를 지내야 할 것 같은 불안은 21세기 현대인의 심리를 2000년 전으로 되돌려 놓는다.

싸이가 의도적으로 바닥이 드러난 소양강을 찾아 흠뻑쇼를 한다면 윤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그것은 마치 세월호 단식현장에서 보란 듯 짜장면을 먹는 일처럼 타인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으며 조롱하는 맥락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또 물부족 현상이 공동체의 전범위로 확대되는 위기상황이라면 역시 비난받을 수 있다. IMF 외환위기 시절 '금 모으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한 것처럼 한 방울의 물이 갖는 상징성이 극대화되는 맥락이 구성되기 때문이다. 2가지 경우가 아니라면 싸이의 흠뻑쇼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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