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만난 장애인 부모들…"탈시설 조례 거부해달라"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는 지난 27일 오전 11시쯤 서울시 중구에 있는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탈시설 조례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는 요구서를 전달했다./사진제공=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장애인 자녀를 '거주시설'에 맡긴 부모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탈시설 조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구했다. 탈시설 조례는 '지하철 시위'를 해 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요구사항 중 하나다.

28일 시민단체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이하 부모회)는 전날 오전 11시쯤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오 시장과 1시간쯤 면담했다.


부모회는 이 자리에서 '탈시설 조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달라'는 제목의 요구서를 전달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의회가 의결한 조례안에 대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 격인 '재의요구'를 할 수 있다.

2018년 임기를 시작한 제10 대 서울시의회는 지난 21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전장연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인 탈시설 조례는 장애인 거주시설을 조금씩 없애는 것이 골자다.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주택'으로 나와 비장애인과 어울려 살도록 하자는 취지다. 기존 거주시설에서 사회복지사들이 맡았던 '돌봄' 기능은 40~50여시간 교육을 받은 '활동지원사'들이 이어받는다.


부모회는 "거주시설은 가정에서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발달장애인을 국가가 안전하게 관리하는 곳"이라며 "이런 곳을 폐쇄하고 24시간 돌봄체계도 없는 자립지원주택에서 살게 하는 것은 장애인들 다양성을 무시하는 것"이라 밝혔다.

이어 "탈시설 조례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시의원들의 '알박기 조례'"라며 "이 조례안을 거부해 중증장애인들의 권리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부모회는 △조례에 관한 시민 공청회가 없었다는 점 △서울시의회 복지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이 검토보고서에서 '신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낸 점 등을 들어 조례가 '졸속 처리 됐다'고 주장한다.

부모회는 장애 중증도에 따라 필요한 돌봄과 치료의 정도가 다르다며 "탈시설 문제는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단순하게 활동지원사를 보내고 자립생활주택을 늘린다고 탈시설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정과 거주시설, 자립생활주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