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 가주세요, 아니 안산" 돈다발 가득 안고 택시 탄 승객 정체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택시 기사의 남다른 눈썰미가 1100만원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았다. 사진은 당시 수거책을 태우고 이동하는 택시 안 모습 /사진=뉴스1

택시 기사의 남다른 눈썰미가 1100만원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막았다.

29일 안산단원경찰서 등에 따르면 택시 기사 A씨는 지난 16일 오후 3시쯤 경기 화성에서 "서울 역삼동까지 가 달라"는 여성 승객 B씨(20대·몽골 국적)를 태우고 장거리 운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출발 20분 정도 지났을 때 휴대전화를 보던 B씨는 돌연 행선지를 안산역으로 변경했다.

이후 안산역에 도착해선 현금이 가득 든 가방에서 돈을 꺼내 요금을 내고 영수증을 요구했다. 택시에서 내려서도 B씨는 역 쪽으로 향하는 듯하다가 다시 상가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주변 건물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A씨는 B씨의 이러한 행동을 수상하게 여겼다. 그리고 곧바로 112에 전화했다. 그는 "보이스피싱인 것 같다"며 경찰에 B씨의 당시 행동을 중계했다.

신고받은 경찰은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안산역 앞 노상에서 B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B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수거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현금 1100만원을 들고 현장에 나타난 피해자 C씨(20대)도 만나 상황을 설명했다. B씨는 그곳에서 C씨의 돈을 받아 가로채려 했던 것이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거쳐 B씨를 사기와 사기 미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택시 기사 A씨는 "조금이라도 의심이 간다면 신고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사람이 서로 관심을 갖는다면 제2·제3의 피해자 없는 좋은 세상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경찰은 A씨를 '피싱지킴이'로 선정하고 감사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피싱지킴이'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을 뜻한다. 범죄 예방 인식 확산을 위해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