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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사회적 기업 구조조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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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지훈 변호사(위벤처스 준법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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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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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훈 변호사
양지훈 변호사
내가 관여하는 사회적 기업 지원단체에서 최근 논의한 사례는 부상하는 경제위기의 단면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기업은 그동안 지역에서 모범적인 소셜벤처로 자리매김하면서 지역인력 고용을 확대했고 매출 역시 계속 증가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주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사업이 잘될 때 과도하게 집행한 설비투자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매출부진 속에 자금난이 심화하자 사업전망이 어두워진 것을 감지한 직원들이 연달아 퇴사하면서 회사 분위기도 안 좋아졌다. 어려운 사업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결국 회사는 우리 지원단체에 사업 컨설팅을 요청해왔다.

사회적 기업이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을 말한다(사회적기업육성법 제2조). 선한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회사는 자기 존속을 위해 사업을 수행하고 유지하며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기업'이라는 이름 대신 시민·사회단체라든지 정부(기업) 지원기관으로 불리는 것이 마땅하다. 결국 사회적 기업이란 기업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우선 만족한 후에야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경영난에 빠진 기업에 대한 지원방법을 다각도로 논의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사회적 기업의 성장지원을 위한 컨설팅을 하면서 다양한 협업방식을 제시하거나 단체가 보유한 네트워크를 소개하는 등의 일상적인 활동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이 필요했는데 단기 부채 해결을 위한 긴급대출이 긴요했다. 사회적 경제 조직이 스스로 기금을 만들어 운영자금 수요를 해결하도록 조성한 사회적 경제 자조기금은 규모가 너무 작았다. 무엇보다 당장 긴급자금이 수혈된다고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러한 상황 아래 결국 필요한 것은 과잉투자한 설비를 매각하고 적정 수준으로 노동인력을 구조조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실무진의 보고 의견이 있었다. 물론 이러한 결론도 당장의 자금조달 방안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기업의 생존을 위한 묘책이 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회의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 사례는 선한 목적을 추구하는 회사 역시 경영에 실패하는 경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엄중한 현실을 보여준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기업의 가치는 단순히 재무제표상의 숫자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통해 평가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관점에 동의하더라도 현실의 힘을 거스를 수는 없다. 들불처럼 번지는 이른바 ESG 투자(경영)의 철학 아래에서도 기업은 생존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기업 활동이란 기본적으로 시장이라는 정글에서 생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추구하는 ESG는 외부에 달아놓는 기업의 '간판' 같은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명과 이윤추구 활동 이후 시장의 평가결과에 따라 받는 '상장' 같은 것이어야 한다, 라고. 이 말에는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며 그 의도에 앞서 기업의 목적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냉철한 현실인식이 깔려 있다.

사회적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임팩트펀드부터 일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벤처투자까지 벤처캐피털 자본시장에도 벌써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것 같다. 심사역들이 기업의 매출현황과 시장동향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투자한 회사의 통장잔고까지 들여다보는 것이 더이상 낯선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이제 막 시작된 자본시장 빙하기의 시대, 시장에서 생존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사명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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