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 아빠' 대통령 자리잡은 '용산'에 댕댕이랑 '호캉스' 가볼까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내 그랜드 머큐어 호텔에 마련된 반려견 전용 객실. /사진=드래곤시티

10년 넘게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30대 이모씨는 지난달 자신의 반려견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를 찾아 호캉스를 즐겼다. 반려견 전용 엘리베이터로 객실을 오가고 저녁엔 호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반려견과 식사를 즐겼다. 이씨는 "호텔 근처에서 일하는 대통령도 집무실 잔디밭에서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지 않냐"며 "멀리 가지 않고도 반려견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반려견이 소비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펴낸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펫팸족(펫+패밀리)'은 604만 가구, 1448만 명에 달한다. 우리 국민 10명 중 3명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셈이다. 이 중에서 80.7%가 개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다양한 소비·여가활동을 벌이고 있다.


구찌·루이비통은 물론 에르메스까지 반려견용 밥그릇(359만원)과 목걸이(80만원대) 등 '펫 컬렉션' 라인을 앞다퉈 선보일 정도로 관련 산업 전반이 반려견에 열광하는 분위기다. 이 중에서도 코로나19(COVID-19)로 여행객이 뚝 끊기며 '보릿고개'를 나고 있던 여행시장이 펫팸족 공략에 적극적이다. 반려견 동반 여행 수요가 부쩍 늘어나자, 숙박·레저·관광업계도 반려견을 여행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발표한 '반려동물 동반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내 반려견과 함께 국내 숙박여행을 한 펫팸족이 전체의 53%에 달했다. 특히 이들은 숙박여행 시 평균 23만9771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일반적인 숙박여행객(19만2000원)의 지출을 크게 상회한다. 반려견의 휴식공간이나 놀거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관련 소비를 아끼지 않아 고부가가치 관광객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려견 동반 호캉스 트렌드로 호텔업계와 패션, 펫케어 업체의 협업도 강화되고 있다. 드래곤시티가 골프 브랜드 PXG의 펫 컬렉션과 협업한 모습. /사진=드래곤시티

강원 홍천의 소노펫클럽앤리조트, 충북 충주 켄싱턴리조트 등 국내 주요 프리미엄리조트들이 객실과 시설을 전면 리모델링하며 펫 동반 투숙 패키지를 구성해 판매해 각광 받고 있다. 반려견 운동장은 물론 전용 수영장까지 마련하는 등 관련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리조트업계 관계자는 "반려견과 여행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지면서 고정수요층이 생겼다"며 "지역관광 활성화 효과까지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서울 도심 특급호텔가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위생, 고객 관리 등의 문제로 동물의 출입을 꺼렸던 럭셔리 호텔들이 앞다퉈 반려견 호캉스(호텔+바캉스)족을 반기고 있다. 장거리 여행 대신 가까운 시내에서 반려견과 함께 프라이빗한 휴가를 즐기고 싶다는 수요에 대응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자취를 감춘 외국인 관광·비즈니스 투숙객의 빈 자리를 반려견 투숙객으로 채우는 셈이다.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서울 시내에서 펫 전용 객실은 운영하는 곳은 레스케이프 등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지난해부터는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롯데호텔 서울, 포시즌스 호텔 서울 등 5성급 럭셔리 호텔들이 모두 관련 객실 운영에 나섰다. 해당 호텔들이 평소에도 주말이면 호캉스족으로 붐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호텔업계가 차세대 먹거리로 반려견 여행수요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진=드래곤시티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서부T&D (7,970원 ▲270 +3.51%)가 운영하는 용산 드래곤시티다. 글로벌 호텔체인 아코르 계열의 4개 호텔이 모여 있는 드래곤시티는 5성급 호텔인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 앤 레지던스 서울 용산(이하 그랜드 머큐어)에서 반려견 전용 객실을 운영 중이다. 호텔 오픈 직후인 2018년부터 운영 중인데, 202개 객실 중 한 개 층을 전부 반려견 전용 투숙 객실로 꾸몄다. 이른바 '멍 프렌들리 서비스'다.

실험적으로 시작한 서비스는 코로나 이후 매출 효자가 됐다. 팬데믹으로 외국인 비즈니스, 마이스(MICE) 투숙객이 끊기며 4개 호텔 1700여개 객실의 OCC(객실점유율)이 곤두박질 치는 상황에서도 펫 전용 객실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드래곤시티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 전용 숙소의 평균 투숙률은 80%로, 주말에는 95%까지 기록하며 '만실'을 기록했다. 지난달부터 펫 가구 브랜드와 협업해 반려견 전용 캐비닛과 침대, 식기 세트 등을 세팅한 '펫룸'을 출시하며 관련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호텔 관계자는 8일 "그랜드 머큐어가 하이엔드 레지던스 호텔이라 전 객실에 주방시설부터 세탁기, 건조기까지 갖추고 있는 데다, 별도의 산책공간도 있어 하루 호캉스 뿐 아니라 장기투숙 수요도 있다"며 "호텔 내 6개 엘리베이터 중 하나를 반려견 전용으로 운영해 일반 투숙객과 반려견 동반고객이 서로 불편함 없이 호텔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