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15G' 잊혔던 만년 유망주, 모두가 기다리는 필승조로 돌아왔다

키움 문성현./사진=김동윤 기자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까마득하네요. 웃으면서 시즌 끝까지 완주하고 싶습니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문성현(31·키움 히어로즈)이 후반기 시작을 앞두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2010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31순위로 입단해 초반 5년은 히어로즈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로 기대받았다. 덕분에 2014시즌 후에는 생애 첫 억대 연봉자가 됐고 2016년에는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로 잠시 마운드를 떠났다.

그가 잠시 떠나 있는 동안 히어로즈도 목동야구장을 떠나 고척스카이돔에 새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기다렸건만, 고척스카이돔에서 문성현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어깨 부상과 오랜 재활로 지난해까지 6년간 1군에서 15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 때문에 만년 유망주로 불렸고, 그마저도 잊혀 가고 있었다.

부상으로 오래 고생한 만큼 올 시즌 소감도 매번 대동소이했다. 문성현은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훈련을 마친 뒤 "아프지 않고 전반기를 꾸준히 소화할 수 있어 다행이었던 것 같다"고 전반기를 돌아봤다.


아프지 않은 문성현은 강했다. 올 시즌 38경기에 출전해 승패 없이 8홀드 12세이브, 평균자책점 1.57, 34⅓이닝 28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이승호(23)와 마무리 자리를 공유하면서도 평균자책점 팀 내 2위, 최다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이젠 모두가 기다리는 필승조가 됐다.

달라진 올해 성적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공백기 동안 많은 공을 던지며 자신에게 맞는 투구폼을 찾았고 지난 1월에는 결혼을 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응원가를 직접 골라 편집하고, 선수단 응원 차원에서 음료를 돌리는 등 언제나 힘이 돼주는 아내는 문성현에게 있어 축복이다.

문성현이 지난 6월 30일 아내가 선수단에 선물한 과일주스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키움 히어로즈

계속해서 노력한 끝에 새로 발견한 루틴도 큰 도움이 됐다. 문성현은 "그동안 많이 아팠다 보니 최대한 안 아프게 던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러다 올해 초 공을 던지기 전에 웨이트볼로 가볍게 웜업을 하면 몸이 잘 풀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휴식을 잘 취하게 되면서 좋은 컨디션이 유지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문성현은 마무리로 보직 이동한 뒤 아직 블론세이브가 없다. 프로 데뷔 12년간 한 번의 세이브도 없던 그는 올해 전반기에만 12개를 쌓았다. 타이트한 상황에 등판하면서도 편하게 던질 수 있었던 이유로는 '지금은 7회'라고 매 등판마다 외우는 자기 주문을 꼽았다. 어떤 상황에서 나오든 7회 등판하던 시즌 초 마음가짐을 잃지 않겠다는 뜻이다.

리드를 잡지 못해 출격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전반기 마지막 SSG 시리즈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문성현은 "SSG전서 팀이 이겼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쉬운 마음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반기 내내 정말 잘 해왔다. 후반기에도 누구를 쫓는다 생각하기보단 지금처럼 매 경기에 집중하고 우리 경기를 하자는 분위기가 있다. 주장인 (이)용규 형도 항상 경기 전에 '우리는 우리 할 것만 하자'고 말씀해주신다"라고 전했다.

올 시즌 키움은 시즌 전 저평가를 뒤집고 1위 SSG와 4.5경기 차 2위에 올라와 있다. 예상 밖 저력에 2014년, 2019년 이후 3번째 한국시리즈 진출도 꿈이 아니게 된 상황. 2014년 한국시리즈에 나섰던 23세 어린 선수는 이제 최고참이 돼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문성현은 "올해 (이)정후, (김)재웅이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들이 있지만, 2014년에는 (박)병호 형, (강)정호 형, (서)건창이 형 등 정말 개인 성적이 좋았던 형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그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좀 더 똘똘 뭉쳐서 하는 느낌이 있다. 아무래도 히어로즈에 오래 있었다 보니 그때 못했던 우승을 해보는 것이 제일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문성현./사진=키움 히어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