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랙 쿨리뷰] 시온, 첫 음절에 압도당하고마는 'love'

시온, 사진제공=뷰티풀노이즈

'쇼미더머니'에서 수많은 프로듀서들이 심사를 보며 이런 말을 했다. 랩을 뱉기 전 내는 "uh~"소리만으로 그 사람의 실력을 알 수 있다고. 이는 랩뿐이 아니다. 첫 음절만으로 감탄을 유발하는 그런 목소리들이 있다. 지난 23일 첫 앨범 'love(러브)'를 발매한 시온이 그렇다. 영어 가사로 쓰인 시온의 첫 번째 앨범은 끝내준다는 말이 나올 만큼 감각적인 음율들이 사방으로 뻗어있다.


'love'에는 1번 트랙 'cutlery collector(커트러리 콜렉터)'를 비롯해 'lies(라이스)' 'hypocrite히포크리트' 'comedy(코미디)'까지 총 4곡이 담겼다. 타이틀곡은 4번 트랙인 'comedy'다. 시온은 이 앨범에 대해 "진부해져버린 사랑이라는 주제를 뒤틀리고, 기괴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하나의 소설과 같은 EP"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말대로 'love'는 뒤틀린 사랑의 낱말들이 뒤틀린 사운드와 만나 독특한 소설집을 완성한다. 저변의 감성들이 마이너풍에 가깝지만, 그래서 오는 신선하고 자극적인 감상이 있다.



독일에서 나고 자란 시온은 청소년 시절 '더 보이스 오브 저머니' 준결승에 진출해 '한국인 최초' '최연소 준결승 진출자'라는 기록을 쓴 아티스트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고, 정식 데뷔도 전에 SBS '싱포레스트', EBS '공감' 무대에 올랐다. 디스코그래피가 전무했던 그가 이런 행보를 걸을 수 있던 건 딱 한 가지 요인이다. 목소리. 시온의 노래에는 저변의 감정들을 깊이 있게 감싸는 힘이 있다. 흑막 아래 한 줄기 빛처럼 내리쬐는 낮고 깊은 목소리다.

시온, 사진제공=뷰티풀노이즈

'love'는 이러한 시온의 가창의 장점을 극대치로 들려준다. 베이스 하나로 단출하게 사운드를 구성한 1번 트랙 'cutlery collector'는 'Don't come near cause your atmosphere'라는 첫 음절과 함께 'love'에 대한 집요한 호기심을 형성한다. 첫 음절을 시작함과 동시에 청자의 온 감각을 그의 목소리에 집중시킨다. 마치 스마트폰 CF 속 BGM 같기도 한 음율의 매끄러움이 '감각적'이라는 단 하나의 명료한 감상을 안긴다. 멜로디를 최대한으로 밀어넣고 날것에 가까운 목소리만으로 구성한 이 곡은 부드러움과 파워풀한 보컬이 분절적으로 담겨있는데, 가창이 변화하는 지점의 변주가 버라이어티한 감명을 준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타이틀곡 'comedy'도 사운드가 단출하다. 그러나 'cutlery collector'보다 음율은 친절하다. 사운드를 말간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내고, 곁들인 보컬은 하늘색과 같은 청명함이 있다.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탄탄한 가창은 곡을 빈 틈없이 메우고, 간간히 보컬을 짓이겨 의외의 곳에서 섹시한 느낌을 터트린다. 그렇게 시온은 알록달록한 목소리로 청자의 마음 속을 헤집고 다니다 끝내는 사방으로 뿌리내린다. 멜로 영화 같은 곡조에 그렇지 못한 서슬퍼런 가사 매치도 마치 케이크에 숭늉을 마시는 것 같은 생경하지만 상통한 감명을 안긴다.


'love'를 한 번, 두 번, 세 번 거듭해서 들을 수록 '노래를 잘한다'내지는 '노래가 좋다'는 단적인 표현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이상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이에 더해 시온이 직접 쓰고 불러 조각한 'love'의 굴레는, 한 번 발을 담그면 헤어나오지 쉽지 않다. 이 앨범에 대해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이렇다. 엄청날 가수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