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3일만 사무실 나오라"는 애플…"그것도 싫다"는 직원들, 왜?

애플이 다음달 5일부터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하자 직원들이 반대 청원에 나섰다. /ⓒAFP=뉴스1

애플이 다음달부터 '주 3일'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하자 직원들이 반대 청원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도입한 유연 근무제를 서서히 끝내려는 세계 최대 기업과 사무실로 돌아오기를 거부하는 직원들의 갈등이 어떻게 봉합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애플 직원들의 모임인 '애플투게더'는 전날부터 내부 직원들에게 '유연한 근무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업무 청원서를 배포하고 있다. 이른바 '사무실 출근 반대' 청원에는 하루 만에 이미 270명 넘는 직원들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일주일에 최소 3일은 사무실에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뒤 전면 재택근무에서 단계적으로 하이브리드 근무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는 애플 직원들이 '주 2일' 사무실 출근을 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지시에 따라 다음달 5일부터는 최소 '주 3일' 출근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직원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각 팀에서 정한 요일에 사무실로 나와야 한다. 쿡 CEO는 "애플의 핵심 문화인 대면의 공동작업 정신을 보존하길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AFP=뉴스1

사무실 출근일이 늘자 직원들의 반대 기류가 세지기 시작했다. 애플투게더가 "직원들이 각 부서 직속 상사와 논의해 스스로 근무 형태를 결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에 나선 배경에도 주 3일 출근이 있다. 유연 근무지 요구와 함께 사적인 정보를 회사에 제공하거나 고위급 상사들에게 승인을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없애야 한다는 내용도 청원서에 담았다.


애플투게더는 직원들의 서명을 받아 이번주 중 경영진 측에 제출할 계획이다. 애플 캘리포니아 본사의 하드웨어 엔지니어 담당 직원은 "회사의 보복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선 서명한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개개인의 구체적인 이름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직원들은 또 유연 근무제를 주장하는 근거로 지난 2년 이상 탁월한 성과를 낸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재택 근무가 업무 성과를 저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애플은 팬데믹 기간 줄곧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 1조4000억달러(1881조원)에서 이날 기준 2조7000억달러(3627조원)로 증가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본사 전경/ⓒAFP=뉴스1

애플투게더 측은 "직원들이 유연 근무 환경에서 더 행복해하고, 생산성도 더 높아진다"며 "전통적인 사무실 환경이 아닌 곳에서 유연하게 근무해도 업무 수행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과 구글, 스포티파이 등 주요 기술 업체들이 유연 근무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애플 직원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들 기업은 팬데믹 직후 재택 근무제를 시행했으며, 일부 업체들은 연봉 차감 없이 직원들이 원하는 장소로 이동해 선택할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사무실 출근에 대한 쿡 CEO의 의지가 확고해 이번 반대 청원이 애플 근무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애플 머신러닝 인공지능(AI) 개발 부문의 핵심 인물인 이안 굿플레오 디렉터 등이 사무실 복귀에 반대, 결국 퇴사해 경쟁사로 이직하는 등 내홍을 겪은 만큼 이번엔 사무실 복귀 정책이 무사히 정착할 수 있을 지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