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박구용 교수, 이재명 지도부 합류…'호남중용론' 통할까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 /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체제'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호남 출신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54)가 임명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조하는 '호남 중용론'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5일 국회 본청에서 당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일색' 이재명 지도부…박구용 전남대 교수 합류
이 대표는 전날 저녁 최고위원들과 만참을 겸한 비공개 회동에서 박 교수를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박 교수는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자유, 인정, 그리고 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5·18 기념재단 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당내에선 이재명 대표 선출 후 지명직 최고위원에 관심이 몰렸다. 8·28일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의원(3선·서울 마포을), 고민정 의원(초선·서울 광진을), 박찬대 의원(재선·인천 연수갑), 서영교 의원(3선·서울 중랑갑), 장경태 의원(초선·서울 동대문을) 등 수도권 의원들이 최고위원직을 석권하면서다.

이에 이 대표는 민주당의 심장으로 꼽히는 호남에서 명망이 두터운 인사를 물색하는 데 공을 들였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최고위원 5인이 모두 원내 인사라는 점에서 탈중앙 정치인 중 호남 인사를 고르는 데 주력했다.


이 대표는 주요 당직 인선에서도 호남 안배에 힘썼다. 이 대표는 안호영 의원(재선·전북 완주군진안군무주군장수군)을 수석 대변인으로, 김윤덕 의원(재선·전북 전주갑)을 특보단장에 임명했다. 법률위원장에도 김승원 의원(초선·경기 수원갑)과 함께 전남 담양 출신 양부남 전 부산고검장을 임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심상치 않은 '호남 민심'…'호남 인사' 영향 미칠까
최고위에 비수도권 출신이 합류하면서 이 대표가 추진하는 민주당의 '전국 정당화'도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이기는 민주당'을 강조하며 전국 정당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전당대회 마지막 정견 발표에서 "정치의 목적은 민생이고 정당의 목적은 정권 획득이다. 국민의 더 나은 삶을 만들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정당은 이겨야 한다"며 "민주당을 전국정당으로 만들어 내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사랑받는 민주당을 만들 당 대표가 누구인가"라고 했다.

일각에선 박 교수 인선을 두고 "아쉽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민주당의 심장'으로 꼽히는 호남 민심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당내 위기감이 감지되는 가운데 상징성과 무게감에 물음표가 붙는다는 우려다. 광주는 지난 6·1 선거에서 전국 최하위 투표율로 사실상 민주당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8·28 전당대회 권리당원 선거에서도 34.18%의 투표율로 전국 평균(37.09%)보다 낮았다.

박 대변인은 "이 대표가 후보 시절에도 지역을 대리해서 광주·전남 출신을 지명한다고 이야기했고 민의와 민심을 전달할 상징적인 인물을 찾았다"며 "정치권보다 시민사회 영역에서 민의를 전달할 분을 찾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박 교수는 철학과 교수이면서도 칼럼을 많이 쓰고 시민사회 활동을 많이 하는 분으로 지역에 많은 분들이 추천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