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北에서 미사일·포탄 사갔다"…군사물자 얼마나 부족하기에

(블라디보스토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루시크섬 극동연방대학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C) AFP=뉴스1

러시아가 최근 북한으로부터 수백만개 미사일과 포탄을 구매하고 있다는 미국의 기밀 정보가 공개됐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 제재로 군사 물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과의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정부 당국을 인용해 군사 공급망이 막힌 러시아가 최근 '왕따 국가(parish state)'인 북한에까지 눈을 돌려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는 정확한 무기 명칭, 선적 시기, 구입 규모 등 세부 정보는 담겨 있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말 러시아가 기술적 결함이 있는 이란산 군사용 무인정찰기(드론)를 들여 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며칠 만에 추가로 공개된 이 정보는 러시아가 얼마나 심각한 장비 부족 상황에 내몰려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테헤란=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이란 육군이 미공개 장소에서 군사용 무인기 훈련으로 드론을 발사하고 있다. 앞서 이란은 자체 개발한 군사용 무인기(드론)를 외국으로 수출했다고 밝혔으며 미국은 이 드론의 수입국으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2022.08.26.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약 3000여기 이상의 미사일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 정밀 미사일은 물론 구형 미사일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미 포브스지는 전했다.

기능을 신뢰하기 어려운 이란·북한 등 국가에 군사 장비를 의존해야 할 정도로 대책이 없는 러시아 군 당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 물자 지원 등 도움을 요청했지만 국제사회 비판을 의식한 중국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짚었다. 국제사회 제재로 무역이 단절된 북한과 이란의 경우 러시아와 어떤 거래를 해도 잃을 것이 없지만,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은 입장이 다르다는 풀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섰다 파괴된 러시아의 군용 차량/ⓒ로이터=뉴스1

무엇보다 북한으로부터 재래식 구형 포탄류를 구매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군사 전문가인 프레드릭 W. 케이건은 "북한이 생산하는 152㎜ 포탄이나 카투샤 미사일에는 첨단 기술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며 "러시아가 전쟁에 필요한 가장 단순한 군사 물자도 스스로 생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은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양국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재건 사업에 북한의 건설 노동자를 파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의다. 유엔이 북한의 잇단 핵 도발과 관련 추가 제재에 골몰하고 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러시아에 밀착하는 전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