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비상, '제2의 오징어 게임'은 가능할까?

이유미, 사진제공=AFPBBNews=뉴스1

지난 1년 사이, 세계 시장에서 K-콘텐츠의 위상은 달라졌다. 그 중심에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있다. 그에 앞서 BTS의 팝 시장 석권, 영화 ‘기생충’의 칸국제영화제와 아카데미시상식 점령으로 예열을 마친 K-콘텐츠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시장이 하향평준화되는 상황 속에서 일군 성과라 더욱 값지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과연 ‘오징어 게임’은 무엇을 이뤘을까? 그리고 ‘제2의 오징어 게임’은 가능할까?

'오징어게임', 사진제공=넷플릭스

#美 TV시장의 자존심, 에미상 정조준한 ‘오징어 게임’


‘세계 경찰’이라 불리는 미국은 정치, 경제 만의 중심이 아니다. 문화 영역 역시 대부분 미국 시장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그 옛날 영국 출신 밴드 비틀즈 역시 영국 시장을 떠나 미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기에 브리티시 인베이젼’(British Invasion)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K-콘텐츠는 다양한 영역에서 미국 시장에 차례로 깃발을 꽂았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 4대 시상식에 속하는 빌보드뮤직어워즈와 아메리칸뮤직어워즈, MTV뮤직어워즈를 석권했다.



‘기생충’은 2019년 한국 영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그 기세를 밀고 나가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올랐다.


그리고 이제 TV 부문만 남았다.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최하는 에미상은 가장 권위있는 TV 시상식으로 손꼽힌다. 주로 영어권 콘텐츠 위주로 진행되는 시상식이기 때문에 한국 콘텐츠와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분류되며 양상이 달라졌다. 이제는 프라임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대표주자로서 당당히 경쟁 구도에 합류했다.


에미상은 크게 두 줄기로 나뉘어 시상이 진행된다. 기술진과 스태프들을 대상으로 하는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과 배우, 감독 등에게 시상하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이다.


‘오징어 게임’은 이미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배우 이유미가 게스트상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이렇게 뜻깊은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텔레비전 아카데미와 황동혁 감독님, ‘오징어 게임’ 함께한 저희 팀들 너무너무 감사하고, 지영이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하는 배우 되겠다. 너무 기분이 좋다. I‘m so happy"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외에도 ‘오징어 게임’은 프로덕션디자인상, 스턴트퍼포먼스상, 시각효과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12일에는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이 진행된다. ‘오징어 게임’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이정재), 남우조연상(박해수, 오영수), 여우조연상(정호연)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이정재, 오영수, 정호연 등은 이미 미국 골든글로브를 비롯해 미국배우조합, 크리틱스초이스 등에서 수상의 영광을 누린 바 있다. 이들 시상식은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에미상의 전초전으로 불린다. 이를 기반으로 예측해볼 때 ‘오징어 게임’의 수상 전망에는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 매체인 골드더비는 이정재가 유력한 경쟁자인 ‘석세션’의 브라이언 콕스를 누르고 수상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이 ‘프라임타임 에미상’까지 석권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마무리라 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공개 후, 지난 1년을 결산하는 최고의 결실인 셈이다. 게다가 ‘오징어 게임’은 시즌2가 준비되고 있다. 이미 시즌2에 등장시킬 게임까지 정해졌으며, 황동혁 감독이 시나리오를 구체화시키는 단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미상 수상은 성공을 보장하는 인증 마크와도 같다. 아카데미나 칸국제영화제 수상작이나 수상자의 가치와 몸값이 크게 치솟듯, 시즌2에 돌입하는 출연진과 제작진의 위상이 또 한번 격상된다"면서 "또한 ‘오징어 게임’의 수상은 K-콘텐츠 전체에 대한 시선을 달라지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리남', 사진제공=넷플릭스

#‘제2의 오징어 게임’을 꿈꾸다


‘오징어 게임’은 역대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콘텐츠를 통틀어 TV쇼 부문 흥행 2위에 자리하고 있다. 누적 시청 시간은 22억 8950만 시간이다. 공개 초기에는 1위에 올랐으나, 현재는 ‘기묘한 이야기’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그 뒤를 한국형 좀비물인 ‘지금 우리 학교는’(6억5951만 시간)이 잇고 있다.


당연히 넷플릭스를 비롯해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한국 크리에이터들의 바람은 ‘제2의 오징어 게임’의 탄생이다. ‘오징어 게임’ 이후 숱한 K-콘텐츠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공개됐다. ‘지옥’, ‘마이네임’, ‘소년심판’, ‘고요의 바다’ 등이다. ‘오징어 게임’이 비옥하게 일궈 놓은 토양 아래 전 세계 시청 1위를 기록한 콘텐츠도 있지만, ‘오징어 게임’의 성과에 비하기는 어렵다. 최근 공개된 ‘카터’와 ‘서울 대작전’은 적잖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특히 역대 넷플릭스 누적 시청 시간 3위에 오른 ‘종이의 집’의 한국판인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은 "원작을 훼손했다"는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넷플릭스는 9일 ‘수리남’을 내놓는다. 배우 하정우와 황정민, 박해수 등이 주연을 맡고,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와 ‘공작’, ‘군도’ 등으로 유명한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첫 OTT 진출작이다.


‘수리남’을 추석 공개작으로 택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지난해 추석에 개봉돼 신드롬을 일군 ‘오징어 게임’의 배턴을 이어받을 만한 작품으로 기대를 걸었다는 뜻이다. 물론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언론 시사 후 반응을 지켜보면 "잘 나왔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하지만 더 이상 K-콘텐츠는 국내 반응으로 답을 내릴 수 없는 위치에 서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평가가 최종 성적표를 좌우한다. 최근 공개된 작품들의 성과가 미미했던 것을 고려할 때, ‘수리남’의 흥행 결과는 향후 ‘제2의 오징어 게임’을 꿈꾸는 K-콘텐츠에 대한 시장의 반응과 니즈를 점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